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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삼바 괴물' 네트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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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삼바 괴물' 네트 삼켰다

입력
2006.12.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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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루니를 제압할 용병을 데려왔다. 앞으로 용병 때문에 지는 일은 없을 거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장담은 현실이 됐다. 지난 시즌 겨울리그 10연패에 도전한 삼성화재는 특급용병 루니(207㎝ㆍ미국)를 앞세운 현대캐피탈에 무릎을 꿇었다. 신 감독은 “루니를 잡을 용병을 찾겠다”며 절치부심했고, 결국 브라질 청소년 대표 출신인 레안드로(23ㆍ208㎝)를 손에 넣었다. 레안드로는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지난 24일 현대캐피탈과의 개막전에서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49점) 등 프로배구 각종 기록을 7개나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며 루니(22점)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괴물’ 레안드로의 맹활약을 앞세운 삼성화재는 결국 현대캐피탈을 3-2로 제압하며 서전을 장식했다. 현대캐피탈의 승리를 점치던 전문가들이 저마다 “레안드로의 실력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하지만 세터 최태웅은 “레안드로가 아직 자기 실력의 70% 정도 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큰소리쳤다.

80㎝ 이상의 서전트 점프 능력을 자랑하는 레안드로의 가장 큰 장점은 타점 높은 공격. 현대캐피탈이 보유한 국가대표 센터 3인방(윤봉우, 이선규, 하경민)의 블로킹 위에서 내리꽂는 강타의 위력은 대단했다. 게다가 루니의 ‘전매특허’였던 스파이크 서브마저 루니를 능가했다.

신치용 감독은 “레안드로는 블로킹에 따라 대각선 공격과 스트레이트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서 “손목 스냅을 이용할 줄 아는 레안드로가 공격만큼은 최고다”고 단언했다. 토스가 나빠도 연타가 아닌 강타를 날리는 것도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블로킹이 미숙하다는 약점도 있다. 레안드로는 “한국 배구의 공격이 워낙 빨라서 블로킹 타이밍을 못 잡겠다”고 했지만 신 감독은 “블로킹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다”며 느긋하다.

신 감독은 “레안드로는 2002년과 200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브라질에 우승을 안겨준 주포였다”면서 “앞으로 3,4년이면 레안드로가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을 꿰찰 것이다”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주장 최태웅은 “실력은 물론 자세까지 남다르다”며 레안드로를 최고 용병으로 꼽았다. 훈련이나 경기에 나서기 전 최태웅이 “준비됐나”를 외치면 레안드로는 “준비됐다”를 외친다. “배구에 인생을 걸었다”는 레안드로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자 스스로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준비된 용병’이다.

레안드로가 “한국문화에 따른다”는 이유로 동료를 “형”이라고 부르자 동료는 레안드로를 친동생처럼 대했다. 용병은 보통 몸이 아프면 훈련을 거른다. 하지만 레안드로는 달랐다. “형들이 하는데 용병이라고 빠질 수 없다”며 훈련을 자청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한국형 용병 레안드로는 삼성화재의 복덩어리다.

레안드로는 27일 LIG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 출격한다. 루니의 미국 페퍼다인대학 동기 윈터스(196㎝ㆍ캐나다)와 처음 만나는 레안드로는 “루니는 물론 윈터스도 이기겠다”고 자신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 루니가 본 레안드로

모처럼 호적수를 만난 현대캐피탈 숀 루니(24ㆍ207㎝)의 심정은 어떨까.

루니는 26일 “레안드로는 키도 크고 훌륭한 선수다”고 말했다. 특히 힘과 서브가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첫 대결이었던 24일 개막전 때와 달리 다음(1월6일)에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레안드로도 “루니는 좋은 선수 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체력이 걱정될 뿐 루니에게 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장담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개막전에서 레안드로(49점)와 루니(22점)의 득점차이는 크지만 성공률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공격이 레안드로에 집중된 반면 현대캐피탈의 공격은 좌우로 분산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막전 비디오를 통해 레안드로를 분석하겠다”는 루니는 “배구는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운동이 아니다. 레안드로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다.

왼쪽 공격수인 루니와 오른쪽 공격수인 레안드로는 서로 마주 서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맞대결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루니는 레안드로의 장점을 묻자 “레안드로와 나는 포지션이 다르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레안드로의 개막전 맹활약에 꽤 놀랜 눈치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배구가 두 특급용병의 맞대결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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