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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우리 미래를 막는 걸림돌들

입력
2006.12.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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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일부 시민단체에서 한해 동안 자신들의 운동에 크게 기여했거나, 반대로 악영향을 끼친 개인 또는 조직을 '디딤돌'과 '걸림돌'로 선정해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기도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당사자들을 격려 내지 경고하는 데는 제법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경우 대개 디딤돌보다는 걸림돌에 더 관심과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한 해를 돌아보며 한국경제의 걸림돌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본다.

● 다시 위기 앞에서 선 한국경제

당장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 광풍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을 비웃듯이 치솟는 집값은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대다수 국민 가슴에는 분노와 절망의 대못을 박았다. 너도 나도 빚을 내어 집을 사는 바람에 외환위기 때보다 2.6배나 불어난 가계의 빚(558조원)은 '가계발(發) 금융위기'의 우려를 낳고 있다.

김영삼 정부 말기에는 외환위기로, 김대중 정부 말기에는 카드사태로 그 고생을 하고도 '치매환자'처럼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경제 전체를 본다면 역시 힘을 잃어가는 성장동력과 잠재력이 문제다. 2001년부터 이미 4%대로 떨어진 성장잠재력은 2021년에는 2%대까지 추락한다는 전망이다.

성장의 동력도 내수보다는 수출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산업 분야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극히 일부 산업이 주도하는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으나 고용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은 뒷걸음만 하고 있다.

한국병이라고 불러야 할 교육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의 부실도 문제지만, 과도한 교육비 부담이 내수부진에 미치는 폐해도 크다.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선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 해 사교육비 지출은 20조원에 이른다. 매년 유학 연수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막대한 자금이 국내에 투자될 수 있다면 수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걸림돌은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이를 만드는 개인이나 조직이다. 그같은 걸림돌로는 먼저 시대착오적인 대기업 노조를 꼽아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전투적 노사관계는 항상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은 변했는데도 여전히 퇴행적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신들의 밥그릇만 지키려는 기득권 집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충격으로 회사가 휘청거리는데도 한 해 동안 13차례나 파업을 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바로 생생한 모델이다. 또한 툭하면 비리에 연루될 정도로 도덕적 타락도 심각하다.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정부로 인한 재앙은 올 한 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온 나라를 도박판으로 만들어 버린 바다이야기,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솔한 행동이 초래한 신도시 예정지 집값 폭등 사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정점에 있는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는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발언을 비롯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그의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어젠다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 노조, 정부, 리더십이 바꿔야

지난 가을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 2030' 작업에 참여한 민간조사단은 이색적 보고서 하나를 내놓았다. 스페인 그리스 아르헨티나처럼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나라 사례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이들 나라의 주요 공통점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 일관성의 부재, 노사분규의 장기화 및 경직된 노사관계, 극심한 여야 대립을 꼽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우리 현실과 비슷한 실패의 조건들이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씨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2019년까지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런데 남은 1년을 또 다시 허송세월을 한다면 정말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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