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칠 정도의 확신으로 웬만한 비판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오랜 친구를 인용, “그를 보호하던 갑옷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면서 “그가 처음으로 피곤해 보였는데 전에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중간선거에서의 완패 이후 빗발치는 이라크전 정책수정 요구 등에 내몰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처지가 6년만에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피곤함이 현실인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부인 로라 여사는 남편에 대해 “하루 24시간 꼬박 대통령 직무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의 언행에서는 실질적 변화의 단초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친구는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직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했으면서도 여전히 그에 대해 “모든 일을 아주 잘해냈다”고 말하고 있고, 이라크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얼마나 안 좋은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로부터 위안’을 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전 참전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애썼지만 사후에 역사적 평가를 받았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독선으로 무장한 대통령이 역사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현실과는 더 괴리될 수 밖에 없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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