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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대 총장 논문표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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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대 총장 논문표절 의혹

입력
2006.12.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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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논문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의혹은 이 총장이 교수시절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은 제자 3명의 학위 논문과 외국서적을 표절, 비슷한 내용을 교내ㆍ외 학술지와 자신의 저서에 게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당시 학계의 관행에 비춰볼 때 비난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 동일한 문장에 오타까지 똑같아

문제가 된 논문은 이 총장이 1988년 12월 교내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 2편(<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ㆍ경영논총> , <외채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ㆍ경영연구> )과 2005년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발표한 <기업집단의 경영구조와 기업성과 및 기업가치의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 등 총 3편이다. 또 미국 펜실베니아대 폴 스미스 교수가 출간한 의 상당 부분을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저서 3권( <금융론ㆍ1985> <개정판 금융경제론ㆍ1990> <제4개정판 금융경제학ㆍ1997> )에 게재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해당 논문을 분석한 결과 88년 논문들은 같은 해 2월 제자 2명이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과 표현ㆍ내용 면에서 거의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의 전개 방식과 개념 도출은 물론 학위 논문에 인용된 공식, 표, 참고문헌 등이 이 총장의 논문에 그대로 사용됐다. 같은 문장을 사용한 비율이 각각 81%, 57%에 달하고 심지어 오ㆍ탈자까지 똑같이 기재된 부분도 발견됐다.

또 지난해에는 제자 신모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교외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자신을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했고, 외국서적 역시 공식, 그래프 등을 각주나 출처 없이 자신의 저서에 그대로 옮겨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표절 아닌 당시의 관행”

이 총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유사한 논문을 단독저자의 자격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은 현재의 연구윤리 관점에서 보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그러나“88년은 재무관리 분야의 연구가 본격화하는 시기여서 학생들이 직접 논문 주제를 정하거나 작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시 같은 주제를 갖고 별도로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자들 논문을 지도하며 수 차례 가필과 첨삭을 하다 보니 직접 작성한 논문의 내용과 중복된 부분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제자의 학위 논문을 갖고 학술지에 제1저자로 등재한 사실에 대해서도 “해당 논문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주제와 연구 방법에 대해 조언한 것”이라며 "이후 게재가 확정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논문의 저자인 신씨도 “공동연구에 있어 학술적 가치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총장을 제1저자로 명기했다”며 이 총장을 두둔했다.

● 학계 ‘엇갈린 평가’

학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서울 H대의 한 교수는 “석ㆍ박사 학위 지도 과정에서 지도 교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단순히 논문 내용이 같고, 발표 시점이 늦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로 모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도교수가 논문의 아이디어와 연구 방향, 심지어는 어떤 자료를 찾아 인용해야 할 지 제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상식과는 다르게 지도 교수가 큰 줄기를 잡고 학생들은 자료 수집, 설문지 돌리기 등 기계적 업무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대 경영대의 한 교수는 “88년 논문은 기본적으로 학회지에 제자들의 이름도 함께 넣었어야 옳다”고 전제한 뒤 “워킹페이퍼(연구 진행상황을 담은 가논문) 없이 논문이 나오고 학회지에 실렸다면 표절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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