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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이에서 이야기하기

입력
2006.12.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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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결의안이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가 강화되는 눈치고 우리나라에선 이제 허가받지 않고 위험국가로 나가는 것이 불법이 되었다.

시끄러운 국내 정쟁은 연말에도 여전하여 대통령의 절제력 없는 말투가 도마에 오르고, 모든 언론이 가열찬 분노심에 뜨끈뜨끈한 상태다. 마치 월드컵 축구라도 하는 듯 전 세계가 양자택일의 승부욕, 편 가르기와 금 긋기로 초지일관하고 있다.

● 온 나라, 전 세계가 편 가르기

삶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나는 조그마한 파티를 주선한 적이 있다. 올해 책을 출판하기도 했고 연말이기도 해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지와 한때를 보내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사적으로 친근한 사람들과의 자리다 보니 내 주변의 다양한 인맥, 가족과 대학후배와 연극계 인사들이 모였고 서로 다른 경향이 섞이다 보니 재미도 있었지만 불협화음도 있었다.

가령 이런 것. 일이 먼저인 연극계 남자 선배들은 글을 쓰는 김명화가 우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불행하라, 시시한 결혼 대신 창작에 전념하라는 무서운(?) 축하를 주었고 사람으로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친구들은 발끈하는 눈치였다.

특히 그 중에는 페미니스트 여성 시인도 한 명 있어서 남성중심적인 이기적인 마초들이라고 펄펄 뛰는 눈치였다. 그 선배들을 오랫동안 봐온 나로서는 그런 말이 액면가가 아니라 신뢰의 표현이고 그들의 인생 역시 삶의 행복보다는 연극이 우선이었음을 알기에, 마초로 전락한 그들을 조금은 변론해주고 싶었는데 이번엔 화살이 나에게 날아왔다.

페미니즘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그녀에게 내 온건함은 남성중심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태도라는 것이고, 그녀가 내 선배들의 말투에 화가 났듯 이번엔 그녀의 일방적인 말투에 내가 격분하고 말았다.

덕분에 우리 둘은 지금 냉전 상태다. 아니, 사실은 나와 다른 그녀와 어떻게 대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화의 어원은 사이에서 이야기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dilogos다. 관점이 다른 우리 둘은 어떻게 서로의 사이로 스며들고 그 사이에서 이야기할 것인가.

● 신년에는 '차이'보다 '사이'의 대화를

칠레에서 아옌데 정부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피노체트 군부가 들어서자 죽음을 피해 망명했다. 그의 자서전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 를 읽어보면, 칠레 민주화운동의 실패에 대한 눈물어린 반성이 나온다.

실패의 원인은 군부만이 아니라 민주화 세력들의 근본주의와 편 가르기, 절대 순수에 속하지 못했던 모든 사이에 선 존재들을 부정하면서 스스로가 권력이 되고 괴물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반성이었다.

이제 곧 신년이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일년 뒤에 우리는 보수주의로 선회할 것이다. 남은 일년 동안이라도 차이보다는 사이에서의 대화가 나와 준다면 좋을 텐데, 그러기엔 우리 모두 너무 막다른 골목까지 온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화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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