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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아름다운 사람들] ⑤·끝 장애 불구 강도 잡다 부상 오덕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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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아름다운 사람들] ⑤·끝 장애 불구 강도 잡다 부상 오덕진씨

입력
2006.12.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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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보다 국가 무관심이 더 아파요"이웃돕다 다쳤는데도 치료비까지 내라는 국가…"돌봐야 할 손자들 생각하면 차라리 조용히 살 걸 후회마저"

“의상자가 뭔지도 모르고 벌인 일이지만 이렇게 되고보니 서운하네요. 불쌍한 손자들이랑 살아가야할 일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무모했던 것 같습니다.”

집 인근에서 강도를 붙잡다가 몸을 다친 오덕진(61)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당시 다친 상처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데다 정부가 지정하는 의사상자에서 제외돼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25일 부산 영도구 청학시장에서 만난 오씨는 “4월 25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씨가 그날 등산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은 새벽 3시50분께. 바람도 없는 고요한 새벽, 시장골목 어디에선가 “찰카닥”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웃집 가게 문을 몰래 따려는 소리였다. “아저씨, 뭐합니까?” 채소가게 앞에 웅크리고 있던 범인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범인이 손에 든 절단기로 오씨의 머리를 내려친 것. 솟구치는 피가 얼굴을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씨는 범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강도야, 강도야!” 수십 번을 외쳤다. 그러기를 20여 분. 귀가하던 택시기사 김모(50)씨가 달려 들어서야 사투(死鬪)는 끝났다.

오씨가 세 들어 사는 집 주인 강팔자(67ㆍ여)씨는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시장바닥이 흥건할 정도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씨는 이날 병원에서 무려 15바늘을 꿰맸다. 하지만 48만원의 치료비는 정작 자신의 몫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범인을 잡다 다쳤는데 치료비까지 내라는 소리를 듣고 앞이 캄캄했어요.”

다행히 병원측의 배려로 병원비는 내지 않았지만 그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빈혈 등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어디 호소할 데도 없다. 3년 전 조선소에서 사고로 숨진 아내 고순자(당시 58세)씨의 산재보험금(매월 60만원)으로 오씨와 손자 2명(고1, 중1)이 살고 있다. 오씨 자신도 7년 전 배에서 떨어져 오른 팔의 인대가 끊겨 움직일 수가 없다.

경찰이 범죄신고보상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지원한 게 전부였다. 법 규정의 한계였다. 현행 형사피해자 보상제도에 ‘범죄피해자구조제도’가 있지만 살인 및 강력사건으로 사망이나 장애 등 심각한 피해를 본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 에도 장애나 심각한 후유증이 있을 때에만 해당된다.

오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국가 보상체계의 허술함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

22일 열린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에서 의사상자로 지정되길 기대했으나 이마저 물거품이 됐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오씨의 경우 부상정도가 중하지 않아 최저 등급인 6등급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심사위원회의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동네 주민 송귀순(58ㆍ여)씨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범죄와 맞서다 다쳤는데 정부가 이렇게 내 팽개쳐 버릴 수 있느냐”고 따졌다. 당시 도둑맞을 뻔한 가게 주인 이연기(52ㆍ여)씨도 “그깟 돈 때문에 오씨가 어려움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오씨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씨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자들 얘기를 꺼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큰 아들(32)과 작은 아들(28)이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어요. 손자들을 돌봐야 하는데 오히려 간호를 받고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용히 사는 건데…. ”

부산=글ㆍ사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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