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흥업소 진출 등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비자를 불법으로 발급받은 여성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불법 비자가 해외 원정 성매매의 매개 역할을 해온 셈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5일 유흥업소 여성 등에게 미국 비자 발급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한 혐의(공문서 위조)로 김모(47)씨를 구속하고 주한 미 대사관에 위조서류를 제출한 K(28ㆍ여)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비자 취득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위조해 준 재미동포 정모(33)씨와 국내 브로커 홍모(43)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 비자 발급은 미국 현지 사정에 정통한 위조 브로커가 있어 가능했다. 비자 의뢰 여성들은 2004년 9월부터 앞서 미국에 가 있던 동료들을 통해 위조책 정씨(로스앤젤레스(LA) 거주)를 소개 받았다. 정씨는 의뢰를 받으면 국내 브로커 홍씨에게 연락해 의뢰인과 접촉했다.
홍씨가 은행잔고증명서와 호적등본 등 의뢰인에 관한 가짜 서류를 만들어 미국으로 부치면 정씨는 비자 취득에 필요한 공문서를 위조, 국제 택배서비스로 다시 한국으로 보낸 뒤 대사관에 접수시켰다. 정씨와 홍씨는 이 같은 수법을 통해 240여명으로부터 1인당 400만원씩 총 9억6,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김씨는 1인당 20만원씩 받고 정씨와 홍씨가 위조한 서류를 비자 의뢰 여성들에게 전달하는 등 비자 발급을 도운 혐의다.
위조 비자ㆍ여권 문제 한미 양국의 비자면제 협상에 골칫거리다. 매월 미 대사관에 위조서류로 적발되는 건수만 200여건에 달한다. 허위 비자를 통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강제 추방당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수도 급증해 경찰이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과 공조를 통해 성매매 수사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경찰은 정부가 추산한 미국 내 한인 성매매 종사자 5,000여명에 가운데 상당수가 허위 비자 발급을 통해 LA와 뉴욕 등 대도시의 유흥업소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에만 10개 이상의 여권 위조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활동폭이 제한되자 불법을 감수하고라도 해외에 진출하려는 유흥업소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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