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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꼭꼭 숨은 과학… 넌 찾았니?/'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특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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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꼭꼭 숨은 과학… 넌 찾았니?/'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특별展

입력
2006.12.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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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교과서나 발명품에만 있지 않다.

생활과 문화 곳곳에 깃들어 있다. 하지만 눈여겨 보아야만 원리를 발견할 수 있으며, 원리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름난 회화 작품 속에서 과학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은 내년 2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중앙홀에서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특별전을 연다.

과학적 발견의 영향을 받았거나, 과학으로 그림의 비밀을 밝혀낸 15~20세기의 명화 13개 작품이 전시된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라면 과학과 그림에 대한 흥미진진한 탐험이 될 만하다.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사비나미술관 우선미 큐레이터의 도움말로 작품들 속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를 알아본다.

거울 속의 비밀

15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 은 미술사학자와 물리학자에게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미술사적으로는 최초의 전신 초상화이자 최초의 유화라는 의미가 대단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거리는 그림 중앙에 있는 볼록거울이다. 약혼하는 남녀 너머 벽에 걸린 이 볼록거울을 단지 “15세기 부의 상징으로써, 아르놀피니의 지위를 드러낸다”며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녀의 뒷모습과 함께 초록 옷을 입은 남자와 붉은 옷을 입은 남자, 그 뒤의 방까지 보인다. 초록 옷의 남자가 바로 화가 에이크, 붉은 옷의 남자는 약혼식의 증인으로 추정된다. 에이크는 그림에 다 담을 수 없는 모습까지 거울을 이용해 그리려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에이크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가를 분석, 거울이 그림의 도구였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물리학자인 첼스 팔코는 “화가가 위치한 자리에 렌즈를 놓고 캔버스에 볼록거울에 비친 모습까지 투영시켜 그림을 그렸다”고 주장했다. 15, 16세기 화가들은 정확한 영상을 재현하려는 욕심에서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도구(최초의 카메라)를 만들어 캔버스에 영상을 투영시켜 밑그림으로 삼음으로써 정밀한 그림을 그려냈다. 호크니와 팔코도 그림 속 샹들리에가 너무 정교하다는 사실을 하나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다른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스토크는 이들의 주장을 컴퓨터 모델로 재현한 결과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최근까지 물리학회의 발표 주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시점의 출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화가인 산치오 라파엘로가 16세기 초 그린 <아테네학당> 과 20세기의 화가인 폴 세잔의 <정물> 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여러 기법과 소재의 차이 중에서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을 상상해 그린 <아테네학당> 이 우리에게 훨씬 낯익고, 과일과 꽃병 등을 눈 앞에 놓고 그린 <정물> 은 뭔가 어색하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와 닿을 것이다. <정물> 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여러 곳에 있기 때문이다. 과일 바구니의 손잡이는 오른쪽에서, 과일바구니의 몸체는 정면에서 바라본 것이고, 중앙의 항아리는 왼쪽 위, 과일바구니 앞의 기울어진 주전자는 왼쪽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다.

이러한 시선의 차이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한 고전물리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상대성 이론의 차이에 비견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서양 미술에 원근법이 처음 도입된 것은 15세기로 고대에 만들어진 유클리드 기하학이 유럽에 보급된 시기와 일치한다. 세잔의 <정물> 역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직후 그려진 그림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등속 운동을 하는 두 물체가 바라보는 운동법칙은 모두 동등하게 맞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같은 소재를 여러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한 폭의 그림에 모두 담으려 한 세잔은 회화에서의 아인슈타인과 같은 새로운 관점과 실험을 추구한 셈이다.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베르제르바> 에서도 이와 비슷한 점을 엿볼 수 있다. 마네는 바의 웨이트리스 뒤편에 펼쳐진 거울을 통해 바의 전경, 즉 마시고 즐기는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림 정면에 위치한 웨이트리스의 뒷모습은 거울의 오른쪽에 비치고, 그 앞에는 신사가 서 있는 것이 보여 마치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중력에 의한 휜 시공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밖에 전시회에는 클로드 모네의 <루앙성당 연작> ,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 ‘미라주’라는 설치 도구를 이용한 오브제 작품 등이 전시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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