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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삶, 따뜻한 겨울/동덕여중 학생들 '사랑의 비누 팔기'

입력
2006.12.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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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사랑의 비누’팔기 행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동덕여중 생물실은 향긋한 비누 냄새로 가득했다. 밖은 쌀쌀했지만 숯과 진주, 파프리카, 진흙 등으로 만든 천연 비누를 사겠다며 몰려든 학생, 교사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사랑의 비누를 만든 이 학교 환경사랑반 3학년 학생들은 이리저리 오가며 손님들과 한참 흥정에 나섰다. 장은비(15)양은 3개를 8,000원에 깎아달라는 같은 반 친구의 요청에 “9,000원 밑으로는 절대 안돼”라고 딱 자르더니 결국 1만원 짜리 지폐를 받고 1,000원을 거슬러줬다. 너무 매정하지 않느냐는 핀잔에 은비는 “좋은데 쓰려는 걸 알기 때문에 친구들도 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열 다섯 동갑내기 비누 소녀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니세프(UNICEF)가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에 학교를 지어주는 ‘친구야 학교 가자’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졸업 전 뜻 깊은 일을 한번 해보자고”고 다짐한 이들은 동남아 친구들의 학업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학생들이 비누 만들기에 뛰어든 것은 6월 어느 날. 환경사랑반 지도 교사 김선희 선생님이 “뭔가 만들었다는 기쁨과 함께 여러 반응을 보면서 화학, 생물을 공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천연 비누 만들기를 제안했다.

학생들은 11월 3일 동아리 활동 보고회 때 비누를 팔아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수 많은 재료의 특성을 낱낱이 파악해야 했고 단순히 섞는다고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니어서 수많은 실패를 맛봐야 했다. 또 여섯 달 넘게 하루 1시간 이상 똑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질릴 만도 했다. 이윤진양은 “처음에는 마냥 재미있었지만 나중에는 비누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잠시 흔들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비누는 대박이었다. 400개 가까이 팔렸다. 너무 신났다. 고등학교 언니와 선생님들까지 서로 돕겠다고 나선 걸 보고는 더 만들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재료 값 등을 빼고 비누 판매로 번 30만원에 그 동안 아낀 용돈을 보태 학생들은 40만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은 선생님들도 함께 기부했다”며 “작은 사랑의 실천이 큰 힘을 발휘한 셈”이라고 말했다.

비누 소녀들은 짬짬이 ‘하 나 눔’이라는 신문을 만들었다. 나눔을 주제로 자신의 봉사 활동 체험 내용을 신문으로 만드는 유니세프의 ‘나눔 신문’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서보경양은 “1등을 하면 겨울방학 때 어려운 나라에 직접 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즐거운 일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하나, 모두 함께 나누자’는 신문의 이름처럼 남을 돕겠다는 이들 소녀의 마음은 그 어떤 추위도 다 녹일 만큼 따뜻해 보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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