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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는 진통중

입력
2006.12.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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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모 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전문의 수련과정) 3년차 최은수(가명ㆍ33ㆍ여)씨는 요즘 현기증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다. 함께 교대근무를 해온 1년차 후배가 과로를 이유로 사표를 던져 밤마다 쏟아지는 호출에 응하느라 피로가 겹쳤다. 임신 8개월인 최씨는 25일 “병원에서는 은근히 법정 출산 휴가(3개월)도 줄여 아이를 낳은 후 두달이 지나면 바로 출근해줄 것을 요구한다” 고 토로했다.

레지던트 턱없이 부족

산부인과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저출산 트렌드로 수요가 줄면서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수련병원(전문의 양성 코스를 갖춘 종합병원) 104곳을 조사한 결과, 4년차 레지던트가 없는 병원이 9개에 달했다. 3년차가 없는 병원은 12개였으며 2년차는 27개, 1년차는 46개 병원이 1명도 없었다.

전문의도 급감하고 있다. 2004년 258명이던 신규 전문의는 올해 212명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11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학회 관계자는 “전문의가 부족함에 따라 피로가 쌓인 레지던트들이 중도 포기하는 비율도 모든 과를 통틀어 가장 높다” 고 말했다. 실제 2005년 기준으로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 중 중도 포기 비율은 피부과의 경우 0%였지만 산부인과는 16%나 됐다. 수련과정이 힘들다는 흉부외과의 포기율도 10.6%에 불과했다.

의료사고 공포에 "그만두고 싶다"

태아의 유전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분한 검사를 권유하지 않아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 담당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서울서부지법의 최근 판결은 큰 충격이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유전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산모에게 태아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정밀검사를 권할 수는 없다” 며 “의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판결을 보고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상담 2,598건 중 산부인과 관련이 400건(15.4%)을 차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이필량 산부인과 교수는 “과 특성상 의료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온통 의사가 책임지는 현 시스템에서는 전문의들이 계속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신을 갖고 산부인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의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분쟁조정법을 하루 빨리 제정하고 산부인과 의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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