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변주곡,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멜로디에 대한 변주곡이죠. 모습이 드러나는 듯 싶다가 사라져버려 추측만 하는….” 그 동안 치밀하게 벼려 온 칼날을 기자 라르슨이 노작가 쥬노르코 앞에서 번득인다. 외딴 섬에 칩거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에게 작심하고 찾아 온 기자의 추궁은 송곳 같다. 그 노련함에 대문호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극도로 예민해진 그는 폭발한다. “내 책에 대해서는 진지한 파수꾼 노릇을 하면서 냉정하게 요구하고 가혹하게 비판을 해댔소. 나는 엄마 말을 듣듯이 거기에 귀를 기울였고….” 애독자가 자신의 작품을 두고 15년 동안 매일같이 거짓말만 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작가의 뒤늦은 분풀이다.
극단 산울림의 <수수께끼 변주곡> 은 오랜 세월 동안 작품을 두고 서신을 교환해 온 두 남녀 인텔리의 진실이 무엇이었는 지를 기자와 작가, 두 사람의 긴박한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적ㆍ지적 스릴러다. 헬렌은 작가가 유일하게 사랑했고 최근까지도 서신을 왕래했던 여인. 그러나 그 여인이 바로 자신의 아내였으며 최근 죽었다고 기자가 전하면서 무대에는 긴장이 감돈다. 수수께끼>
일상속의 철학적 진실을 포착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가진 프랑스 작가 에릭-엠마뉘엘 쉬미트(45)가 썼다. 타인과의 소통이란 주제를 천착한 이 극단의 2004년작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이 바로 그의 작품. 7년만에 번역극에 출연하는 홍원기(노작가 역)는 “처음 하는 2인극이지만 반전이 많아 도전 의식을 느낀다”며 “평이한 것 같지만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대사가 많아 희곡의 묘미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기자역에는 오재균. 부부>
개관 22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의 변화를 예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껏 페미니즘 연극의 산실로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일련의 히트작을 선보여 온 이 극단이 최근 박근형 등 왕성한 실험 정신의 차세대 연출가들에게 극장을 적극 개방해 온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여성주의 연극에서 실험적 연극의 산실로서 정체성을 찾아가자는 것. 엄마는>
이번 무대에 붙은 별칭, ‘따로 또 함께’에는 그런 전략이 숨어 있다. 이성열, 황재헌, 김진만 등 왕성한 청장년 연출가들의 무대를 계속 이어간다는 출사표다. 연출가는 김광보 씨. 지난해 마니아들의 열띤 반응 속에 국내 초연한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목화밭의 고독속에서> 을 통해 저 같은 무대에 대한 요구는 입증된 바, 지적이며 보다 연극적인 무대로 특화시켜 나가겠다는 극단의 의지를 형상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7년 2월1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화~금 오후 7시30분, 토 3시 7시30분, 일 3시. (02)334-5915 목화밭의>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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