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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6>정동영의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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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6>정동영의 12월 25일

입력
2006.12.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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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낮12시40분, 서울 청량리 굴다리 옆에 마련된 다일복지재단의 조그만 식당.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온 70~80대 노인 및 노숙자들이 500여m나 줄지어 있다. 주방 안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는 밥을 퍼 콩나물을 듬뿍 얹으며 ‘돼지해장국밥’을 나줘준다. “어르신 천천히 많이 드세요. 밥 더 드릴까요”라고 일일이 묻는다. 정 의장의 표정은 담담하다.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후 웃음이 줄은 것도 여전했다.

오전 11시께 정 전 의장은 동대문구 신답초등학교 교장실에서 함께 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 잠시 환담을 나눴다. 정 전 의장이 “손 선배 군대 다녀오셨나요?”라며 군대 생활을 화제로 올렸다. 손 전 지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35개월 했지요. 병장만 18개월 달았구요. 중대장이 말뚝 박으라고 할만큼 잘했지요. 허허”

정 전 의장은 노숙자에게 겨울 점퍼를 나눠주기 위한 행사장으로 가면서도 기자에게 “군복무 단축하면 사병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군 복무 문제를 화제로 꺼냈다. “우리 때 34개월 했는데 독일 가보니 1년이 안 되더라”면서 “18개월이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이 청와대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에 대해 내년 대선을 겨냥한 깜짝 카드로 보면서 경계한다고 하자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야당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국방 전력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전제 하에 여당에서 군 복무 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화제를 노무현 대통령의 평통자문회의 연설로 돌렸다. “노 대통령이 정동영 김근태 장관 기용에 대해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했는데….” 라고 기자가 물었다. 그는 짧게 답했다. “노코멘트.” 노 대통령이 고건 전 총리와 설전을 주고 받는 데 대해 물었다. 그는 “여당이 무너진 첫 이유는 내부 분열이었다”며 “ 연말연초의 시간을 잘 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얘기가 신당파에서 나온다고 하자 그는 테이블 유리 받침 안쪽에 있는 서울시교육위원회 명단을 가리키며 "이부영(동명이인) 전 의장이 그만두고 여기 계시네"라며 말을 돌렸다. 청와대가 들고 나온 군 복무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나 노 대통령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에선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고 전 총리나 김근태 우리당 의장의 태도와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그는 신당 창당론을 둘러싼 여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도 “지금 주장이 갈려 있어 어느쪽으로 관철할 수 없다”며 “당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야당은 새해에 진군의 나팔소리와 함께 정권 쟁취를 위한 정책을 쏟아낼 것”이라며 “국회가 마무리되면 소신과 그림을 가지고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정동영 김근태 두 분이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2선후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긴장이 흘렀다. 그는 “나에게 찾아와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이 없었다”며 “(연설하듯 손을 들어올리며) 지금은 내 탓이요 하고 얘기할 때다”고 말했다.

오후 2시40분이 넘어서야 점심을 먹은 그는 다음 약속 장소로 갔다. 차에 오르기 전 그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 “훌륭한 분이다. 2.18 전대 이후 의장의 첫 일정으로 정 전 총장을 만나 실업계 고교와 대안학교 학생 대책을 부탁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다만 여당의 정운찬 띄우기에 대해 “우리하기 나름”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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