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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논술 이것만큼은 피하자

입력
200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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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하지 마라

읽다 보면 ‘미궁으로 빠지는’ 논술 답안지가 있다. A를 얘기했다가 B를 나열했다가 결론은 A, B와 상관없는 C로 빠지기도 한다. 채점자도 사람인데 이런 답안지를 계속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두통이 오게 마련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신문에 나오는 내용들을 짜깁기한 답안지가 가장 채점하기 싫은 기피 답안지”라고 지적했다. 자기 주장은 하나도 없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를 그럴 듯한 말들을 얼기설기 이어 붙인 글은 그야말로 ‘빵점짜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논술이라면 일단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만 제대로 제시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논술 평가 기준은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하다. 확실한 것은 가장 큰 평가 항목이 논제와 제시문을 제대로 파악했느냐다. 제시문을 꼼꼼히 정독하고 글이 함축하고 있는 개념을 사회적인 이슈와 연결시켜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 좋은 논술문 작성의 열쇠다.

분량은 어떻게든 채워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논술 답안에도 ‘인상’이란 게 있어서 일단 분량이 모자라거나 지저분한 글씨로 작성된 답안은 채점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이를 막으려면 우선 글의 형식과 구조를 안정적으로 갖춰 정해진 분량을 채워야 한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도 “분량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령 연세대 논술은 1,800자를 써야하는데 정해진 분량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할 경우 ‘생각이 그만큼 모자라기 때문’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인용에 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소한의 제시문 인용은 논지 전개에 있어 불가피하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부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분량을 거저 채우겠다는 속셈으로 비칠 수 있다.

간혹 성균관대처럼 시간과 글자 제한이 없는 논술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있으나 비록 제한이 없다 해도 최소한 답안지 한쪽 이상을 보통 크기의 글씨로 채워야 무성의해 보이지 않는다.

논리 없이 독창성 없다

각 대학이 논술 전형 요강을 밝히면서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독창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튀어야’하는 것은 ‘발상’이지 ‘논리’가 아니다.

대학이 제시문을 통해 논술 주제를 정하는 것은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출제 의도’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마라톤에서 출발점을 선수 마음대로 정하겠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당연히 인정 받을 수도 없고,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고려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인묵(물리학과) 교수는 논술 시험에서 강조하는 ‘독창성’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했다. 바로 “논리적 타당성에 바탕을 두고 논제의 틀 안에서 생각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고.

짧은 논술은 본론부터

1,200자 이상 분량의 논술을 작성할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 등 3단 구성을 갖추는 것이 안정감 있어 보인다. 그러나 500자도 안 되는 분량까지 3단 구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

본론에서 정작 할 말을 다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는 것이 좋다. ‘나비처럼 날아가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벌처럼 쏘라’는 뜻이다. 짧은 논술이 긴 논술보다 결코 작성하기 쉬우란 법이 없다. 이럴수록 철저히 논제와 제시문의 지시에 충실한 것이 감점을 피하는 길이다.

신형욱 한국외국어대 입학처장은 “설득력 없는 주장을 나열하지 말고 반드시 객관적 논거를 바탕으로 문장을 이어나가라”고 주문했다.

박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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