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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북 금융체제의 빗나간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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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북 금융체제의 빗나간 비장함

입력
2006.12.2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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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만에 재개됐던 북핵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돼 있는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회담의 진전을 가로 막았다. 미측은 BDA문제와 6자회담을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려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효과 없는 미국의 '법대로'

금융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북한의 억지와 적반하장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나 전술전략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미국은 BDA 얘기가 나오면 자못 비장해진다. 미국의 달러를 북한의 불법행위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법대로’ 해왔고 앞으로도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1년이 넘도록 비장하게 ‘법대로’를 외치는 동안 북한은 미사일을 쐈고 급기야 핵실험을 했다. 미국으로선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겠지만 우리의 처지에서는 그 대가가 너무나 치명적이다.

그런데 법대로를 강조하는 미 행정부를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미국의 입장이 그렇게 공고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강경론은 주로 주무부서인 재무부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매파의 대부격인 딕 체니 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 및 금융정보담당 차관은 북한처럼 불법행위를 일삼는 나라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거래까지 봉쇄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 국무부도 공식적으로는 재무부에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아 “BDA 문제는 결국 법적인 차원이 아닌 정치적 차원에서 처리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데 크게 주저함이 없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BDA 문제의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달러화 위조, 돈세탁 등 북한이 저지른 과거의 불법행위 때문에 BDA에 묶여 있는 돈은 2,400만 달러(한화 약 23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합법 자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과거에 대한 단죄와 미래의 재발방지 등 두 가지 모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미래의 재발방지 쪽으로 좀더 확실히 무게중심을 옮긴다면 북한의 ‘과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BDA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한 뒤에도 북한이 핵 협상에 진지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후 전개될 대북 압박국면에서 미국의 목소리는 훨씬 큰 호소력을 갖게 될 것이다.

●BDA문제 정치적 해법 찾길

미국은 법적인 문제에서 단호함을 보이는 것이 미국다운 행동이라며 자부심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법에 근거가 없는 ‘영장 없는 비밀도청’을 감행했던 것 등을 보면 미국의 ‘법대로’도 그리 온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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