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점화된 배구 열기가 서울까지 퍼졌다.’
2006~07 힐스테이트 프로배구 공식 개막전이 벌어진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지난 시즌 우승팀 천안 현대캐피탈과 영원한 맞수 대전 삼성화재의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3시지만 오전 11시부터 배구팬의 발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신진식은 너무 멋있더라, 그렇지?” “특급용병 루니가 있는 현대가 우승하겠지?” “무슨 소리야? 삼성엔 레안드로가 있잖아!” 꽁꽁 언 손을 후후 불던 배구팬들의 관심은 온통 루니와 레안드로의 맞대결에 쏠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배구장을 찾은 7,000여 관중은 삼성화재 레안드로(208㎝ㆍ49점)의 ‘고공 쇼’에 깜짝 놀랐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 숀 루니(207㎝ㆍ22점)의 코를 납작하게 누른 레안드로가 삼성화재의 3-2(26-24 19-25 27-25 25-27 15-8) 승리를 이끌자 관중석에선 “레안드로에 의한, 레안드로를 위한, 레안드로의 승리”라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지난 해 챔피언결정전 패배로 겨울리그 10연패 꿈이 좌절됐던 아쉬움을 털고 1995년 팀 창단 후 아마와 프로를 합쳐 통산 300승 고지에 올랐다.
세계 최강 브라질 상비군 출신인 레안드로는 이날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49점)을 비롯해 최다 공격득점(44점), 최다 후위공격 성공(20회) 등 프로배구 각종 기록 7개를 갈아치웠다.
레안드로의 진가는 첫 세트부터 빛났다. 레안드로는 23-24로 뒤진 위기에서 오른쪽 강타와 후위공격을 연거푸 성공시켜 25-24로 전세를 뒤집었다. 다급해진 현대캐피탈은 박철우의 오른쪽 강타가 아웃되면서 1세트를 내줬고, 루니는 고개를 숙였다. 레안드로는 3세트에는 혼자서 무려 16득점해 팀 동료 장병철이 갖고 있던 한 세트 최다득점 기록(13점)마저 갈아치웠다.
삼성화재의 짜릿한 3-2 승리를 이끈 레안드로는 “신치용 감독께서 지적하신 블로킹 등에서 내 단점이 드러났다”면서 “하루 빨리 단점을 보완해 우리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패장 김호철 감독은 “레안드로는 듣던 대로 대단한 용병이다. 레안드로가 가세한 삼성화재를 이기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 벌어진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KT&G를 3-0(25-18 25-21 25-14)으로 꺾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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