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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음주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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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음주 운전

입력
2006.12.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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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정치와 사회를 들뜨게 만들어 이 곳 저 곳에서 평소와 다른 이벤트적 현상을 만들어 낸다. 선거를 전후해 항상 자동차 보험 적자가 늘어난다고 손해보험업계가 벌써부터 내년 대선을 걱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예외 없이 손해율이 높았다고 한다. 선거 전에는 민심을 의식해 교통 단속이 해이해지고, 선거 후엔 새 정부의 선심성 교통사범 사면조치가 나오는 바람에 사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교통단속 중 가장 골칫거리는 어느 나라나 음주 운전이다. 강력한 단속은 물론 어떤 벌칙을 가해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면허를 뺏겼다가 다시 받으면 또 음주 운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벌 수준 이하라 해도 합법 상태의 음주운전도 문제다. 미국에서는 '합법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해마다 1만 3,000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의 당국과 업계는 지금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장치를 자동차에 달아 음주상태에서는 자동적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시동잠금 장치 적용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 튜브에 대고 입김을 불도록 하는 장치에서부터 핸들이나 기어에 닿는 손바닥에서 음주 상태를 알아내는 첨단 센서까지, 개발이 실용화 상태이다. 장치는 음주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부착하거나 보험 할인 혜택으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것인데, 이를 시행 중인 메릴랜드 주의 경우 음주 운전 사망자가 18%까지 줄어드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음주가 생각과 판단의 정상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생각하면 음주운전은 함부로 '도전'할 일이 아니다. 자동차는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지만 한 지점과 다른 지점 사이에 음주운전이 통과해야 할 관문은 실제 치명적인 것들이다.

■ 뭔가에 취한다는 것은 이미 심한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올해도 우리는 이념 대립과 가치 충돌의 어지러운 갈등을 면치 못했다. 음주 운전하듯 달려온 한 해, 무엇에 취해 그리 질주해 왔을까.

뭔가에 취해 상대에게 행한 마구잡이 가학들, 그 폭력과 상처의 피해가 고스란히 한 해의 결산표에 남게 되었다. 균형을 회복하고 항심(恒心)을 노력하면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알면서도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음주운전은 자동장치로 막을 수 있다는데….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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