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22일 의원직 상실이 범 여권 정계개편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 대표는 당내 친 고건 세력과 갈등을 겪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퇴장은 민주당 독자생존 보다는 범 여권 통합신당쪽으로 당 진로가 잡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선고결과가 전해진 민주당의 여의도 중앙당사에는 당원 800여명이 모였다. 일부는 '노무현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을 떠나더라도 마음은 여기에 그대로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났으니 그 순간부터 당원자격도 없다"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한 대표는 2007년 대선은 물론 2008년 총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한 대표의 영향력이 당장 급격히 추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과 지역위원장의 80% 이상이 한화갑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도 '한심(韓心)'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 분포 상 한 대표가 주장해온 독자 생존론이 아닌, 범여권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쪽이 훨씬 많다는 점이 변수다.
민주당은 일단 장상 공동대표 체제로 가면서 지도부를 정비하고 전당대회 개최 일정을 잡을 계획인데, 2월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운영하자는 이낙연, 손봉숙 의원의 주장이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비대위를 통한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경우 김효석 원내대표, 이낙연 의원 등 열린우리당 및 고건 전 총리 등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세력이 부상하게 된다. 이 기간 중 우리당 신당파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의 통합논의가 급 물살을 타게 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지난 9월 'DJ'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데 이어 이날 동교동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한 대표가 퇴장함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한 동교동계가 원내 무대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우리당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 동교동 자택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던 이른바 가신(家臣) 출신은 배기선 의원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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