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고건 전 총리 인사 실패’등 언급에 강력 반발해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데 이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발언을 ‘제2의 탄핵유도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에서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고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건 상생ㆍ협력의 정치를 외면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정을 전단(專斷)했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이 인정하는 고립은 국민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민생문제도 챙기지 못한 무능력, 나누기 정치로 일관한 정치력 부재의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당기지 못했다’는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내가 총리로 재직할 때는 여당 의석이 46석에 불과한 여소야대였지만 야당까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를 통해 국가적 현안을 원만히 해결했다”며 “내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여당이 원내 제1당이 됐지만 국정운영은 난맥을 거듭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로 갔으면서 지금 와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임기가) 앞으로 1년 남았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며 “노 대통령이 본인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 리더십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지지세력 결집과 반대세력의 격앙을 부르기 위한 ‘제2의 탄핵 유도 발언’을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노 대통령이 고 전 총리 기용을 실패한 인사라고 했지만, 국민은 노 대통령을 잘못 기용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당 신당파인 우원식 의원은 “이제 대통령과 같은 편을 하기는 힘들게 됐다는 생각”이라며 “정계개편 주도권을 잡으려는 수순 같은데 (무엇을 하든) 파괴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영 사무총장은 “고 전 총리 비판은 그렇다 쳐도 ‘김근태ㆍ정동영 기용이 포용인사’라는 언급은 통합신당에 대한 불만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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