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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한마디…2006년을 뜨겁게 달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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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한마디…2006년을 뜨겁게 달군 말

입력
2006.12.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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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나 논란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우리 뇌리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사태의 한가운데 서 있던 누군가의 말로 기억돼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경우가 흔하다.

‘올해의 말말말’ 포문을 연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갖가지 추측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2월말 시작된 집권 4년차를 맞아 “임기 5년이 길게 느껴진다”는 소회를 밝혔다. 논란이 일자 “기자들과의 산행 도중 ‘대통령 임기 5년이 짧은 기간은 아닌 것 같다’는 그야말로 느낌을 말한 것”이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저조한 지지율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여당이 5ㆍ31 지방선거에 참패한 직후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마치 ‘민의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인상을 줬고, 지난달 말에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지명을 철회하면서 “대통령이 굴복한 것”이라고 말해 역시 논란을 빚었다. 노 대통령은 또 다음날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조기하야 공방까지 불러 일으켰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입도 만만치 않았다. 김병준 당시 정책실장은 5월 한 강연에서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었지만, 표현 자체에서 묘한 적대감을 느낄 만한 언사였다.

송민순 당시 안보실장 역시 지난 10월 “미국은 가장 많은 전쟁을 한 나라”라는 강연 발언이 알려져 해명을 요구 받았다. 지난달에는 이백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정브리핑에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글을 올려 논란 끝에 결국 경질됐다.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은 때아닌 ‘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자책의 의미로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더라”고 한탄하자, 여야가 각각 “개는 2004년부터 짖었다”(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짖으려던 개에 재갈을 물린 것은 바로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이라며 설전을 벌였다.

지난 2월 모 일간지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사건 직후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해명해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음식업중앙회는 “식당 주인은 함부로 해도 되는가”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계진 의원도 “식당을 운영하는 여동생이 떠오른다”고 유감을 표시하는 등 되려 화만 키웠다.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만져보고 싶은 것이 자연의 순리”라며 최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써 물의를 빚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아파트값 폭등과 부동산 안정정책 관련 어록도 빠질 수 없다. 노 대통령은 3월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부동산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지목했고,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5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방에서도 버블 붕괴가 시작됐으며 하반기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치솟은 집값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후임 이용섭 장관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시장 불안은 정부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의 실책을 인정했다.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법원과 검찰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9월 광주지역 판사들에게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보조기관”이라며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해 검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지난달 론스타 사건 관련 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이 뭐꼬”라는 사투리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조소를 보냈다. 그러자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검찰은 법 공부를 좀더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잦은 폭력시위 양상에 대해 민주노총이 “우발적인 일”이라고 해명하자 전ㆍ의경 부모모임 이정화 대표는 11월 한 세미나에서 “서울에는 대나무 밭도 없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죽창이 어떻게 나오느냐”고 반박했다.

말·말·말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노무현 대통령, 11월28일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 철회 후 국무회의 석상에서)

"설사 독배(毒杯)를 마시는 일이 되더라도 피할 수 없다."(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5ㆍ31 지방선거 참패 후 당 비상대책위 의장직을 맡으면서)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됐다."(민주당 조순형 의원, 7ㆍ26 재선거에서 승리한 소감을 피력하면서)

"대전은요?"(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5월23일 얼굴에 자상을 입고 입원 중 당직자에게 대전지역 여론 동향에 관심을 표하며)

"골프 끊기 힘들다면 공직은 맡지 않아야 한다."(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3월8일 TV 프로그램에서 이해찬 전 총리의 3ㆍ1절 골프 파문을 비판하면서)

"금강산 관광객이 단 한 분만 있더라도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10월11일 청와대 회동에서 북한 핵실험에 따른 금강산관광 중단 여론에 반대하며)

"아직까지 집을 갖고 계시지 못한 무주택 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권오규 경제부총리, 11ㆍ15 부동산 추가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전군표 국세청장, 11월29일 종부세 신고납부 기간을 앞두고 세부담 과다 등 논란이 일자)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이용훈 대법원장, 9월13일 지방 훈시에서 사법부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 단체는 보조기관이라고 평가하면서)

"'바다'가 '홍수'를 덮었다."(김현웅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8월21일 검찰이 김홍수씨와 관련된 법조비리를 기소하기 무섭게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한 달 반 꼴로 총파업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김성중 노동부 차관, 11월20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바다이야기'보다 더 심각한 '아파트값 이야기'."(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 11월17일 화성ㆍ동탄 신도시 분양가 부풀리기 의혹 기자회견에서)

"정말 상식 선에서 생각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보기 드문 사건이다."(천현길 방배경찰서 강력팀장, 8월초 방배동 서래마을 냉동고서 숨진 채 발견된 영아 2명이 프랑스인 쿠르조 부부의 아기라며)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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