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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권력자와 편집증 환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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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권력자와 편집증 환자의 차이

입력
2006.12.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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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레버라는 편집증 환자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인물이 유명한 것은 그의 독특한 정신병 증상 탓도 있지만 그가 당대에 워낙 거물이었던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는 법관으로서 당시 독일 드레스덴의 고등법원장이란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쳐 정신질환이 찾아왔고 그 때문에 무려 7년이란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요양소에서 나온 후 그는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으며 이는 몇 년 후 <한 신경증 환자의 전기> 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 편집증은 지배욕의 다른 얼굴

자서전에 따르면 처음엔 불면증으로 시작된 쉬레버의 병은 곧 통제불능의 망상증으로 이어졌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신과 우주에 대한 기묘한 이론을 창안해냈고 자신이 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 거세되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의사 같은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우주를 떠도는 죽은 영혼들이 자신을 박해한다는 피해망상과 자기 몸이 여자로 변형된 것은 신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종교적 과대망상의 증세를 보였다.

프로이트는 쉬레버의 이런 증세가 동성애에 대한 심리적 방어로부터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어린 시절 유난히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이 병을 유발시킨 근원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정신분석학적 해석으로 이루어진 프로이트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이런 설명에 대해선 많은 보완과 반론이 제출되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엘리아스 카네티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쉬레버의 병을 뜻밖에도 권력자의 지배욕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의 단언에 따르면 편집증이란 기본적으로 '권력자의 병'이다. 권력을 가졌거나 동경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적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낀다. 때문에 그는 측근들로 장벽을 쌓고 요새 안에 스스로를 가두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언제나 그의 성공을 질투하는 자들에 의해 위협과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상상한다. 신의 여자가 되어 세계의 구세주를 낳고 싶다는 그의 종교적 소망 역시 실은 세계의 통치자가 되고 싶다는 권력욕의 다른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

카네티는 편집광과 권력자의 내밀한 속성은 동일하다면서 양자의 차이는 세계 속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네티의 설명을 듣고 쉬레버의 병력을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나는데 두 차례에 걸친 발병 직전에 그는 성공의 문턱 바로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첫번째 발병은 그가 독일 제국의회의 후보자로 지명된 지 얼마 안돼 일어났으며 두번째는 그가 드레스덴 고등법원장으로 임명된 직후에 일어났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아버지 같은 사람을 부하로 부리는 위치에 오르는 순간 정신적 파국 또한 닥쳐온 것이다.

● 1년 후 우리와 조우할 권력자는

권력자는 막강한 존재이지만 한 인간으로선 참으로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의 내면에 어떤 아이가 숨어 있는지, 그가 유년시절을 거치며 어떤 정신적 상처를 간직하게 됐는지 보통사람으로선 알 길이 없다.

우리 국민 역시 군부독재와 민주화시대를 통과해오며 다양한 권력자를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 1년 후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권력자와 조우하게 된다. 새로운 권력자는 얼마나 이런 편집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남진우 시인ㆍ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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