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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 붕괴 재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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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 붕괴 재앙론

입력
2006.12.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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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 회담 언저리에서 미ㆍ일 전문가들의 북한 붕괴론 또는 정권교체 시나리오가 눈에 띄었다. 북한 문제가 고비에 이를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이번에는 유난스러웠다.

김정일 위원장이 유고가 되면 군부 실세 오극렬이 득세할 것이라는 구체적 추리가 등장하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무슨 얘긴가 살펴보면 고급 정보나 정교한 추리에 바탕하기보다는 그저 그렇고 그런 한담 수준이다. 반짝 출연하는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란 게 대개 이 모양이다. 추리가 너무 엇갈리면 분석 아닌 로또가 되고 만다.

■ 더러 진지한 탐구도 있겠으나 음모론적 시각에서는 복잡한 명분을 다투는 협상을 지켜보는 여론의 안목을 흐리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북한이 곧 붕괴할 가능성에 여론이 먼저 관심을 기울이면, 북한의 핵 폐기 대가 요구 등이 과연 타당한가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이런 효과가 회담을 좌우할 리는 없겠으나 뭔가 뚜렷한 성과를 바라는 여론의 기대와 압력을 낮추는 데는 이바지할 수 있다. 회담이 끝나면 이런 가설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 이 가운데 어느 보수신문 칼럼이 "북한 붕괴는 한국에 재앙이라는 인식은 한갓 미신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에 놀랐다. 글 쓴 이가 평소 어떤 소신을 피력했는지 모르나, 지금껏 북한 붕괴와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외친 것은 바로 이 신문을 비롯한 보수세력이다.

내 기억이 혼미하지 않다면, 1990년 독일 통일 직후 우리 사회가 막연한 통일 기대에 들떴을 때 난민사태와 천문학적 통일비용 등을 먼저 경고한 것은 미국쪽이고, 우리 보수세력은 즉각 이를 복창하며 통일 반대론에 앞장 섰다. 이제 와서 그게 DJ라니 어리둥절하다.

■ 그 즈음 베를린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충실히 전할 겨를도 없이 '우리도 통일되면 독일처럼 큰 일 난다'는 국내 보수논리를 반박하는 데 매달려야 했다. 독일이 당장 힘겨워 보이지만 동독에 쌓인 공산주의 녹을 제거하고 나면 빛날 것이라는 객관적 전망을 거듭 전했지만 부질없었다.

오히려 미국이 북핵 문제를 들고 나오자 통일 얘기는 사라졌고, 10여년이 지나 미국 전문기관이 "통일이 늦을수록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아도 귀 기울인 이는 없다. 이런 내력을 단숨에 뒤집으며 "북 붕괴는 재앙이 아니다"고 외치는 것이야말로 거짓된 믿음, 미신을 유도하는 혹세무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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