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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보호소·애견장례식장 저무는 개의 해 엇갈리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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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보호소·애견장례식장 저무는 개의 해 엇갈리는 표정

입력
2006.12.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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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우리 아가야, 먼저 가서 편히 쉬렴.”

22일 경기 김포시의 한 애견장례식장. 이정만(47ㆍ가명)씨는 애견에게 수의를 입히고 오동나무로 만든 고급 관에 넣어주었지만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눈물을 훔쳤다. 이씨가 장례, 화장, 납골에 쏟은 돈은 11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아깝지 않다고 했다. 10년 동안 피붙이만큼 살갑게 정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200개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는 납골실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조명이 비쳤다. 죽어서도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애견을 끔찍이 아끼는 주인의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를 장례 치르기 위해 제주도에서 김포까지 날아온 가족도 있다. 한 노 부부는 담석으로 소변을 못 가려 수의사의 권유로 수술했다가 후유증으로 죽은 개를 안고 와서는 “너를 좀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데…”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월드팻 김수경 실장(42ㆍ여)은 “개를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죽어서도 고이 보내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버려진 개는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한다. 이날 경기 광명시 외곽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옛 주인을 그리며 또 한 마리의 개가 안락사로 죽었다. 산언저리 30평 남짓한 보호소는 슈나우저와 코카스파니엘, 시추 등 애완견으로 가득했다. 주인이 왜 버렸는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언뜻 봐도 꽤 값나가는 개들이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애정어린 눈길로 보듬어 주는 사람도 없다. 개장이 24개밖에 없는데 올 초에는 60마리나 들어와 임시 견사(犬舍)를 짓기도 했다. 관리인 황해성(60)씨는 “한밤 중에 보호소 앞에 매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혀를 찼다.

유기견을 보호하는 법정 기한은 한 달이다. 그 안에 주인이 찾아가거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소유권이 시나 군으로 넘어간다. 기증되기도 하지만 대개 안락사 후 소각 처리된다. 근육이완제의 농도를 높여 주사하는 데 1분이면 ‘작업’이 끝난다.

유기견 한 마리를 데려와 소각 할 때까지 드는 비용은 10만원 정도다. 고스란히 보호소를 운영하는 자치단체의 몫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유기견 처리비용으로 50억원이 넘게 쓰였다. 심재성 광명시청 계장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 인지 입양 문의도 거의 없다”며 “가족처럼 아끼던 개를 버리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美·日 등록제 후 유기견 크게 줄어"

전문가들은 등록제를 도입하면 유기견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등록자는 개 소유자의 이름, 주소 등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걸 말한다. 개의 몸에 인식표를 달기 때문에 길을 잃더라도 주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등록제 시행 이후 유기견 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에서도 등록제 도입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관련 내용을 추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11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겨 놓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어 이르면 2008년부터는 시, 구, 군 등에서 개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누가 언제 사고 팔았는지, 주인이 누구인지 사는 곳은 어디인지 등을 ‘동물 등본’식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개에게는 주민등록증 격으로 인식표나 전자칩을 부착할 계획이다.

정영채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무책임하게 애완견을 취급하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애완견 구입을 억제하고 집 잃은 개가 유발하는 각종 질병 감염의 위험성도 크게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 소유주에게 별다른 혜택 없이 등록수수료(5만원 안팎 예상) 등 의무만 강제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유기견을 더 증가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에서는 등록을 마친 개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등 등록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장 "개 다룰 줄 몰라 버리는 사례 많아"

“유기견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개를 훈련시키지 않은 사람 탓입니다.”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37) 소장은 유기견 얘기를 꺼내자 개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개 주인에 불만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국내 경기대회를 휩쓴(최우수상 17회, 최우수 지도자상 8회) 최고의 개 조련 전문가다.

이 소장은 “기르는 개를 제대로 다룰 줄 알면 버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형편이 어려워 내다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마구 짖거나 물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개를 포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품에 안고 맛난 음식을 먹이기만 할 뿐 주인에게 복종하도록 하는 훈련은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도 한때는 개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명을 가진 동물이 사람들 사이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맹목적 애정보다는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소장은 느닷없이 개줄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개줄은 주인의 의사를 개에게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데도 줄을 목에 맨다고 하면 개에게 몹쓸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레 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람이 외출할 때 옷을 입듯 밖에 나갈 때 줄을 매는 것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의 에티켓입니다.”

이 소장은 저물어가는 개띠 해가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애견문화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여느 해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머쓱할 정도”라며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지만 나는 개를 꼭 안고 있으니 애견인’이라는 단순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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