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재판 도중 작지만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방청객들의 시선이 피고인석에 쏠렸다. 긴장한 표정으로 재판에 임하던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가 첫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자 피고인석 앞 칸막이에 머리를 찧은 것이었다. 조씨는 유죄가 추가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24년여 동안 승승장구했던 엘리트 법관이 후배 법관으로부터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황현주)는 22일 법조브로커 김홍수씨(58)로부터 사건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조씨에게 2,000여만원의 수수사실을 인정, 징역1년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가구 및 소파를 몰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개의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양평 골프장 사건 처리 대가로 최모씨에게 3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과 여러 사건청탁 대가로 김씨에게 10차례 2,2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혐의 입증이 안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사건청탁대가로 3,000만원 상당의 카펫2장을 받았다는 부분도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상 알선 명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피고인이 법관으로 24년 이상 성실히 근무했고 이 사건으로 명예를 송두리째 잃어버렸으나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해 죄질이 나쁘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던 사법부 구성원의 신뢰를 상당부분 훼손시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자 조씨는 대기실로 들어가지 않은 채 일어서 재판부를 30여초 동안 노려봤고 재판부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조씨를 바라봤다. 변호사와 검찰측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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