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창출, 환율 급락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좌절, 갈수록 확대되는 소득 양극화, 기업들의 투자실종 등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는 돌파구가 없는 극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주요 정책들을 둘러싸고는 부처별, 당ㆍ정ㆍ청 별로 논란만 무성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해 피로감을 높였다.
재정경제부가 한덕수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7월 18일 취임한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 바라는 점을 네티즌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국민의 바람은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올해 5%에 가까운 결코 낮지 않은 성장이 예상되면서도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목표치에 턱없이 못미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일자리 증가폭을 40만 명으로 잡았다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35만 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연간 30만명을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처음 계획보다 10만개나 부족한 것이다.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고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고용없는 성장'은 사회 양극화로 이어져 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을 더욱 가중시켰다.'생산-소비-고용-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잃어버린 탓이다.
우선 수출과 내수를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으며,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어 튼실한 일자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곤두박질 친 환율도 경제에 부담을 줬지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많지 않아 경제위기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같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취임한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축소와 수도권 규제완화, 서비스업 경쟁력강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시장은 너무나 차가웠다.
여기에 집 값 급등으로 부동산 버블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지도 모를 불길까지 잡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 됐다. 다급해진 탓인지 그는 "내년 초 재정을 빨리 집행하겠다"는 말로 경기부양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권 부총리도 정권말 경기부양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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