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21일 두 차례나 양자회동을 갖고 핵 폐기 초기이행 단계 합의를 위한 담판을 시도했으나, 북측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핵 폐기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22일 회담 폐막식에서 발표될 의장성명에 핵 폐기 초기이행단계 합의내용이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게 됐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측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제5차 6자회담 2단계 4일째인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두 차례 회동 후 “프로세스에 진전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폐막일 북한이 어떻게 나올 지 두고 봐야 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약하나마 북핵문제 초기 해법의 최종 절충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이러한 진통은 북측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문제 해결을 물러설 수 없는 선(Bottom Line)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점잖은 표현만 하던 힐 차관보 조차 이날 “그들(북 대표단)은 평양으로부터 BDA만 이야기 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릴 정도였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진지한 자세를 견지했고 어느 정도 변화 가능성도 보였다. 실제로 북측은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재개 등 핵 동결 단계를 초기조치로 수용할 의사를 보였다. 문제는 여전히 금융제재 우선 해제를 포함, 북한을 적대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것.
하지만 북측은 내부적으로 미측 제안에 대해 손익 계산에 분주해 보인다. 20일 종결된 BDA 실무협의에서도 북측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운운하며 찬바람이 돌던 6자 회담장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실무적 자세로 임해 “유용했다”는 평가가 미국측에서 나올 정도였다. 이는 이번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차기회담에서 BDA와 핵폐기 초기이행 문제가 한꺼번에 해소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볼 수 있다.
한편 6자 당사국들은 폐막을 하루 앞둔 이날 의장성명에 담길 초안회람에 들어갔으며, 최소한 차기회담 일정과 현안별 실무회의 구성에 관한 합의를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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