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짜고 치는 고스톱’에 비유,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중국에서 9ㆍ19 성명을 서명하고 있는데 그 2,3일 전에 미 재무부는 이미 BDA (북한) 계좌 동결조치를 취해버렸다”며 “(미국의 조치를) 참 해석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또 “아무리 봐도 지금 보기에는 ‘국무부가 미처 몰랐던 것 아닌가’, ‘베이징에서 모르는 상태에서 제재는 나와버렸고, 나온 것을 풀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버린 것은 아닌가’, 이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 “또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재무부는 ‘법대로 가자’ 이런 것처럼 추측이 되지만 잘 알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ㆍ19 성명이 합의되기 나흘 전 미 재무부는 마카오에 있는 은행인 BDA를 북한 위조달러 유통 등의 혐의로 자국 애국법에 따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후 북한 계좌가 동결되면서 BDA를 둘러싼 북미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 주체인 국무부와 BDA 제재를 취한 재무부가 북한을 몰아세우기 위해 임무 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6자회담 최대 현안인 BDA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비(非)외교적 어법’을 사용한 게 문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선에서 외교관들이 중대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 대통령의 여과되지 않은 발언이 돌출해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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