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중심 인물인 혼마 마사아키(本間正明ㆍ오사카대 교수ㆍ사진) 정부세제조사회 회장이 21일 불명예 퇴진했다. 고이즈미 개혁의 계승을 표방하며 지난 달 그를 정부세제조사회 회장에 중용한 아베 총리에게는 커다란 타격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총리 자문기관인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했던 혼마 회장은 2003년 10월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도쿄(東京)의 공무원관사에서 살아온 사실이 최근 주간지에 의해 밝혀졌다. 공무원 관사는 국회의원 등에게 일반의 3분의 1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고급 맨션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지나친 특혜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혼마 회장은 관사에서 부인이 아닌 여성과 동거한 사실까지 알려져 야당은 물론 여당으도 퇴진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관사 입주는) 적법한 절차를 밟은 것으로 듣고 있다. 직책을 완수하는 것으로 책임져주기 바란다”며 감싸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실상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혼마 회장은 고이즈미 개혁을 계승한다는 아베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개혁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일 성장 지향적인 경제 운용을 위해 감가상각제도의 개정 등 각종 기업감세를 포함한 내년도 세제개정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반대론도 심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이 21일 “총리관저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정부 세제의 기본방침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반증이다.
이번 사태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발생한 최초의 정치적 좌절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베 총리는 그 동안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반대했던 ‘저항세력’의 자민당 복당을 추진하는 등 총리 중심의 강경책을 구사해 왔다.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총리에 대한 자민당 내 반대파와 야당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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