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피부가 금세 말라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각질은 목욕 후 보습제를 발라주면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켜켜이 쌓인다면 ‘건선’ (乾癬)이라 불리는 피부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선은 겨울철에 발생이 잦은 대표적인 피부질환으로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증상이 호전돼 나은 것으로 여겨지다가도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길게는 봄까지 재발과 악화가 반복되는 골치 아픈 만성 피부 질환이다. 반갑지 않은 ‘동절기 손님’ 건선에 대해 알아본다.
8배나 빨리 순환하는 피부 세포
건선의 원인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통 면역체계의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대체로 가족력이 있거나 편도선염과 같은 세균 감염, 피부 상처, 스트레스, 일부 약물이 계기가 되어 나타난다고 여겨진다. 건선은 표피가 빠르게 증식하는 피부질환이다. 정상적인 피부세포는 약 28일을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데 반해 건선 환자의 피부 세포는 과도하게 빨리 순환(일반인의 8배 속도) 해 죽은 세포가 미쳐 떨어져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 결과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피부표면에 비늘과 같은 딱지가 생기게 되며 결국 붉은 색으로 솟아나는 발진이 피부에 나타난다. 그 위에 은백색의 각질이 쌓여 피부는 계속 거칠어진다. 일반적인 각질과 달리 건선에 걸린 피부는 마치 외관상 전염병처럼 보일 정도로 보기 흉하다는 게 문제다.
건선은 다른 피부질환처럼 통증이나 가려움증 같은 증세가 거의 없다. 때문에 다른 질환에 걸렸을 때보다 적당한 시기에 병원을 찾지 않게 된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건선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는 큰 온도차, 건조한 기후, 일조량 감소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실내 습도 40~60% 유지해야
건선은 외적으로 보이는 증상이 심해 환자가 목욕탕이라도 가려면 따가운 눈총을 감내해야 할 정도이다. 하지만 건선은 절대 전염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꺼리는 시선은 곤란하다. 이런 이유로 건선 환자들은 심한 경우 외모 콤플렉스, 자신감 상실을 느끼며 대인기피증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건선 증상이 나타나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환부를 운동 중 다치거나, 칼에 베이거나, 심하게 긁어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편도선염, 인후염 같은 상기도(上氣道) 감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기도 감염(일명 감기)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이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더 이상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실내 난방은 18~20도, 습도는 40~60%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좋다” 며 “목욕과 샤워를 자주 하고 세정력 강한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피부를 메마르게 해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피하고 대신 하루 7~8잔의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피부의 수분을 붙잡아 둬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엑시머 레이저, 항산화치료로 다스려
건선은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여름에 증상이 완화되는 것에 착안, 주로 치료를 위해 자외선이 이용된다. 전신에 증상이 있을 경우 특수약물을 환부에 바르거나 복용 후 자외선 광선을 쬐는 광화학요법이 많이 쓰인다. 등이나 다리같이 신체 일부분에 증상이 집중된 경우 부분 자외선 치료나 엑시머 레이저 치료가 이용된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원장은 “엑시머 레이저는 건선에 효과적인 높은 광량의 광선만 해당 부위에 집중적으로 내리쬐는 치료법으로 효과가 높다”며 “비용이 다소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부 10㎠ 당 1만100원 정도로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계석 우보한의원 원장은 “건선의 원인 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치료도 효과적”이라며 “이 치료는 먼저 한약이나 침을 통해 항산화효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체내에서 항산화효소의 생성을 촉진시키는데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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