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한 이강국(61ㆍ사법시험 8회) 전 대법관은 1988년 헌재 출범 당시 법률적 기초작업을 맡을 정도로 헌법에 정통하다.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헌법 전문가’라는 칭호가 따라붙는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헌법학 석사 학위를, 고려대에서 헌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원 내 신망도 두텁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인선을 앞두고 법관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무 처리에서는 빈틈이 없어 법관들 사이에서 깐깐한 선배 법관을 뜻하는 ‘벙커’로 불리기도 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장,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을 거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8월 헌재소장 자리를 놓고 전효숙 전 내정자와 막판까지 경합했다.
판결 성향은 보수쪽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대법관 시절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회사 손실을 노조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한 카드 사용자에게 사기죄를 인정해 시민단체로부터 “카드 발급을 남발한 카드회사의 책임을 카드 사용자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신 있는 판결로도 유명하다. 2004년 7월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할 때 대법관 중 홀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할 경우 양심의 자유가 우선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3월 새만금 사업 판결에서도 “정부가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만족하지 말고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사회적 혼란보다 개인의 의사가 중시돼야 한다”는 이유로 개명(改名)을 허가하기도 했다.
7월 대법관 퇴임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해 왔는데 헌재에 계류 중인 사립학교법 헌법소원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이 태평양이어서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전북 임실 출신으로 이 내정자의 3대가 모두 법조인이다. 부친은 변호사시험 1회 출신인 이기찬 변호사이고 아들 훈재(33)씨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로 있다.
다음은 이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소감은.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걱정이 많이 앞선다. 전효숙 전 내정자가 이번 사태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 분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청와대와 의견 교환이 있었나.
“인사청문회에서 자연스럽게 말하겠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사립학교법 헌법소원의 정부 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데.
“나도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나, 보수라고 생각하나.
“언행이나 가정사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 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감히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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