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악재에 만나는 사람마다 한숨이다. 국정감사 때에는 공정위 직원들이 민간휴직제를 이용해 기업체에 취직한 뒤 과도한 연봉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르더니, 얼마 전에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현대차 관계자들에게 조사관들이 1인당 100만 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홍역을 치뤘다.
이번에는 가입자 35만 명에 4조5,000억원의 피해를 낳은 다단계업체 제이유(JU) 그룹 사건에 깊숙이 휘말렸다. 공정위 출신들이 제이유 계열사에 이사대우로 취직해 세무업무 자문 역할을 맡았는가 하면,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 인사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을 거쳐 제이유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로 볼 때 서울YMCA가 공정위를 상대로 2002년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면서 과다한 후원수당을 지급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제이유의 영업을 도왔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정위는"해당 개정안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의원 입법으로 진행된 사항"이라며 "형사처벌 조항이 삭제됐지만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다른 제재수단을 추가했고 시정명령 불이행시에는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에서 공정위 직원들을 영입해 단순 사무만을 시켰을 리는 만무하다. 관료출신이 업체의 로비스트로 변신, 인맥을 활용해서 사건이나 정책을 왜곡하는 경우가 공정위 내부에서 비일비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씻을 수 없다. 지금 공정위는 모든 국민에게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올해 초 공정위는 한번의 위기를 깔끔하게 넘긴 적이 있었다. 이해찬 전 총리의 '3ㆍ1절 골프' 사건에서 당시 골프 멤버였던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공정위로부터 담합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사실이 알려져 로비의혹이 일었던 것. 하지만 결국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믿을 수 있었던 것은 공정위 직원 누구도 해당업체와 직접 친분을 쌓은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공정위 직원 한명 한명이 조사대상과의'거리두기'라는 기본으로 돌아갔을 때 가능할 것이다.
이진희 경제부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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