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김원길 총재의 농구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총재 자리를 맡기 이전까지 “농구공 한번 잡아보지 않았다”는 비농구인 출신이지만 틈만 나면 농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농구해설도 하고 싶다”는 게 김 총재의 바람이다.
때문에 많은 농구인들은 여자 농구 활성화를 위해 쏟는 김 총재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리그부터 도입되는 ‘덩크슛 3점제’와 관련한 김 총재의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김 총재는 21일 삼성생명과의 타이틀스폰서 조인식에서 “지금은 여자 농구에서 덩크슛이 거의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일상화될 것이고 남자농구보다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슛 거리에 따라 4점 이상의 점수를 주는 이른바 ‘김정일 슛’과 버저 비터 성공시 자유투를 추가로 주는 제도까지 도입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130명의 농구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 농구인은 “지난번 기술위원회에서 덩크슛 3점제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모두 코웃음을 치며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해 폐기됐었다. 이런 식으로 결정되면 기술위원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덩크슛을 여자가 하면 얼마나 예쁠까. 그런 기대를 갖는다”고 했다. 또 김 총재는 이날 행사장에서 모 여기자에게 “예쁜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노력이 여자 농구를 본인의 표현대로 ‘예쁜 눈요기 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구가 만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한 프로팀 감독의 말과 “재미 있으면 그만 아니냐”는 WKBL의 설명. 어느것이 옳은지는 팬들의 판단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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