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되면 1억 넘게 깎인다"… 서울 947명 신청, 작년의 2배 넘어
올해로 교직생활 30년째인 이모(55ㆍ서울 K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공무원 연금 때문이다. 이 교사는 “공무원 연금 수령액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교단을 떠나 자영업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단에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부 지역은 1년전에 비해 명퇴 신청 교사가 무려 4배 이상 늘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명퇴 신청이 예상외로 급증하자 이례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내년 2월 교원 명예퇴직 신청을 마감한 결과 947명이 접수했다. 올해 전체 명예퇴직 교원 437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초등교사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해 명퇴 교사(153명)보다 무려 3배나 증가한 489명이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신청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161명이 명예퇴직했으나 이번에는 456명이 신청했다. 초등 교사가 336명으로 올해 명퇴 교원(76)의 4.4배에 이른다. 충북도교육청은 초등교사가 올해보다 3배나 많은 79명, 올해 44명이 교단을 떠난 전남교육청은 61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교육당국에서는 교사들의 명퇴 신청 러시가 공무원 연금제도 개혁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공무원연금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연금수령액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교사들 사이에 확산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덜 받기 전에 떠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고령 교사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행정자치부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현재 퇴직 전 3년간 월 평균 보수의 76%까지 지급하고 있는 연금지급률을 50%로 낮추고 연금 수령시기를 국민연금처럼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추는 방안 등을 마련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33년간 연금을 낸 40호봉 교사(현재 월 평균 보수 336만원)의 경우 월 연금 수령액이 168만원으로 지금(255만원)보다 87만원정도 줄어든다. 18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총 연금액은 1억8,800여 만원이나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시도교육청이 명퇴 신청을 모두 수용하고 명퇴수당을 100% 지급하기로 한 방침도 명퇴자 급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퇴 신청 교사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공무원 연금과 명퇴 수당 지급 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명퇴 교사가 한꺼번에 늘어나도 내년 초중등 신규 임용 교원수를 충분히 확보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