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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음식이야기] 로맨틱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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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음식이야기] 로맨틱 푸드

입력
2006.12.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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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바쁜 척 그만 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돌아 볼 일이다. 벌써 십여 년째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바깥양반이나 지난 가을 식을 올린 새 신랑, 새 댁의 얼굴을 새삼 서로 쳐다봐 주자는 말이다. 스트레스 많고, 바쁜 현대인들은 성 호르몬도 왕창 줄어들어 그야말로 남자로, 여자로 사는 인생의 기쁨을 자주 깜빡한다. 연말에는 회식도, 어르신께 인사도, 아이들과의 시간도 좋지만 남자로, 여자로 만나 손잡고 잠드는 사이로 맺어진 ‘그’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자.

<굴, 마, 산삼 주>

굴을 먹었을 때 몸에 미치는 이득은 일일이 다 말을 못할 정도로 많다. 피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고, 안으로 밖으로 두루 좋은 일만 한다. 게다가 칼로리까지 낮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특히 굴에 다량 함유된 아연 성분은 남성의 생식 기관 건강에 이롭고,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이 많아 피로에 지친 남편을 생기 있게 만들어 준다.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이고 대중에게는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가 굴을 편애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굴을 배 터지게 먹으면 갑자기 없던 힘이 슈퍼맨처럼 솟는 것은 아니다. 피로가 다소 풀리고, 그러다보니 지쳐있던 몸에 기운이 좀 나는 것도 같고, 몸에 생기가 살아나니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고… 하는 식으로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이해하면 쉽다. 일종의 신경 안정제나 ‘비타 500’처럼 생각하자. 생굴을 몇 개 후르륵 먹고, 탁했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하면 와이프가 숨겨두었던 인삼주라도 꺼내올 지 모른다.

아, 인삼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맛 본 ‘배양 산삼 주’ 이야기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산삼을 배양, 즉 복제해서 그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배양 산삼주인데, 사포닌 함량은 산삼의 그것과 비등비등 하단다.

삼에 함유된 사포닌은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액의 원활한 운반을 돕고, 결과적으로 암을 예방하며 피로를 풀어주고 간 해독을 해준다. 간 해독이 결국 피로 회복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산삼을 우려서 발효 시킨 술 한 잔이면 연말 정산에, 업무 보고에, 회식에 지친 몸과 마음이 순간 ‘업(up)’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평소 먹던 반찬도 더 맛있고, 맨날 보는 얼굴인데도 아내나 아이들이 더 이뻐보이는 법이다.

이렇게 피로를 푸는 일이 연애나 소위 말하는 ‘로맨틱 라이프’에는 아주 중요한 일인데, 몸에 모자란 요소를 보하여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자양강장’ 식품을 찾아 먹으면 그만큼 보람이 있을 것이다.

굴 사다 먹고, 산삼 주 챙겨 마시고 하기가 이래저래 다 귀찮다? 그렇다면 제일 간단한 방편으로 ‘마’가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 위가 붓는 느낌이 들거나 과음한 다음 날에는 껍질을 깐 마를 강판에 갈아서 간장 조금 흘려 넣어 후룩 마셔버린다. 천연 자양강장제인 마를 갈아서 부침 가루와 반죽해 전을 부쳐도 맛있다. 맞벌이 부부가 자친 하루 뒤에 서로를 마주 한다면 마를 하나 갈아서 나눠 먹어보자.

<콩, 콩가루, 석류와 차>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이 많은 콩류를 먹으면 여자는 더 여자다워 진다고 알려져 있다. 두부나 두유, 콩국과 같은 메뉴들은 정말 여자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들인 것. 콩을 불리고, 삶고 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콩가루를 노랗게 내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요리에 넣어 먹어보자. 안동 식으로 나물 무침에 콩가루를 넣거나, 서울의 이름난 와인 삼겹살 식당처럼 콩가루에 고기를 찍어 먹어 보든가, 데이트 중에는 녹차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콩가루를 듬뿍 뿌려서 먹으면 맛과 영양을 다 잡을 수 있겠다.

콩과 같은 이유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석류. 반으로 갈라 쫙 쪼개면 그 붉은 단물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잘 익은 석류를 골라 오독오독 입 안에 넣고 씹어보자. 아니면 석류에 과실주용 막술을 부어 석류주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특별한 데이트를 위해 내가 권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차’다. 마시는 ‘차’ 즉, 티(tea)를 말하는데 마시는 즉시 소화를 돕고 기분부터 안정시킨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입이 건조하면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기 어렵고, 상대방이 나를 볼 때에도 분위기가 날카롭지 않으니 매력은 이미 반감된다.

차를 많이 마시면 자연히 식사량이 줄게 된다. 이것은 물론 차를 아주 다량 음용하는 이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차는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애정의 비책을 이야기 하다가 웬 다이어트냐? 다이어트는 외적으로 모양 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속을 다듬어 건강을 좋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몸속을 잘 정돈하면 ‘부부생활’이나 ‘로맨틱 라이프’에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몸이 가벼우니 매사에 더 적극적이게 되는 것. 덩달아 뱃살이라도 조금 줄어들면 거울에 비?제 모습에도 반하여 자신감이 쑥쑥 올라간다.

물론, 지나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단시간에 체중을 확 줄이면 오히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매말라 피부 푸석, 가슴 탄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당장 나타난다. 이야기가 자꾸 샛길로 빠지려 하니 이만 마무리 해야겠다. 산삼 주든, 장미꽃 잎을 띄운 화차(花茶)나 콩가루든 한 조각의 초콜릿이든 챙겨 먹고 먹이는 것이 이미 특별한 기억이다. 자식들, 어르신들 다 제치고 부부끼리 서로 ‘싼타’가 돼 주는 성탄절을 만들고 싶다면 약간의 호들갑을 떨어보자.

음식 칼럼집 <육감유혹> 저자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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