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1년 '엽기 독재' 막 내리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1년 '엽기 독재' 막 내리다

입력
2006.12.21 23:50
0 0

20년 이상 투르크메니스탄을 철권 통치하며 ‘중앙아시아의 김일성’으로 불려온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이 21일 6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21일 새벽 1시10분께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했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사망원인은 심장병으로 전해졌다. 니야조프가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정부는 후계자 결정을 위한 최고 대표자 모임인 국민협의회 회의를 26일 소집하기로 했다. 이 때까지는 장례식 위원장을 맡은 쿠르반굴리 베르디무흐아메도프 부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한편 스웨덴에 망명중인 야당 활동가 파라하드 위클리모프 등 니야조프 집권시절 권력에서 축출돼 해외로 망명한 수백명의 망명자들은 조속히 귀국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야조프를 ‘투르크인들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세뇌교육을 받아 온 세대들의 정신적 충격도 커서, 당분간 투르크메니스탄 사회는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940년 2월 19일 아슈가바트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고 다른 가족은 48년 지진으로 숨져 고아원과 친척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62년 공산당에 가입한 뒤 66년 레닌그라드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니야조프는 85년 공산당 제1서기를 거쳐 최고회의 의장이 된 뒤 구 소련 붕괴 전인 90년 10월 단독으로 출마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를 연장해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99년 12월 의회 투표를 통해 종신 대통령이 됐다.

‘투르크인들의 아버지’를 자처해온 그는 스탈린식 개인우상화와 비밀경찰로 투르크메니스탄을 통치했다. 물론 야당과 언론의 자유는 전혀 허용치 않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인구 500만의 이슬람 국가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다.

나야조프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곳곳에 자신의 황금 동상과 대형 사진을 내걸게 하고 TV는 하루 종일 자기를 추앙하고 찬양하는 노래를 방송토록 했다. 유학파 인재들을 공직에서 추방하고 의료비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의사와 간호사를 대량 해고한 뒤 그 자리에 군인들을 배치했다. 2002년부터는 요일의 명칭뿐 아니라 1년 12개월을 8개월로 바꾸는 등 비정상적인 통치를 자행해왔다.

국민들을 동원해 사막에 얼음궁전을 짓더니 올 4월에는 전국 생방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국민의 행동지침과 자신의 연설을 담은 저서 ‘루흐나마’를 읽으면 천국을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나 이 책을 한 번만 읽으면 지혜로워지며 새벽과 일몰 때 등 하루 세 번 읽으면 신비한 존재를 인식하게 돼 바로 천국에 갈 수 있다. 이는 내가 알라께 여쭤 본 일이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