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대필 의혹 사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유명 방송인이 남이 한 번역을 자기 이름으로 냈다가 들통이 난 데 이어 이번에는 또 다른 유명 인사가 대필작가의 도움을 상당 부분 받고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베스트셀러 중에 이런 식으로 낸 책이 적지 않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사기다. 다른 제품도 아니고 정신의 소산이라는 책을 가지고 이런 사기를 친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부 출판사들이 이런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3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로서는 스타성을 지닌 인물을 필자로 내세워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필자로 나선 인물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인세와 명성을 챙길 수 있고, 대신 써주거나 초고를 가공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가 본다.
저작권법이 저작물을 공동저작물이나 2차저작물, 편집저작물 등과 구분해서 보호하는 것도 그만큼 개인의 독특한 기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법 제99조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ㆍ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는 부정발행등의 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독자가 출판사와 저자에게 속아서 피해를 보았다고 소송을 내면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아직도 상당수의 출판사들이 이런 사기 행위를 '기획출판'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행이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주장이다. 대필은 관행이 아니라 악습이며 잘못을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잘못이다. 여러 사람이 썼다면 그 사실을 독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밝혀 주면 된다.
출판계에는 각종 단체가 많다. 책이 안 팔려 죽겠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이런 단체를 중심으로 자정운동이라도 했으면 한다. 잘못된 풍토가 불식되지 않는 한 한국 지식ㆍ출판산업은 발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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