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대식(43) 교수팀은 21일 편광성(偏光性)을 이용해 빛의 전자기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벡터장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편광성이란 진동의 방향에 따라 빛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성질로 선글라스를 끼면 눈이 덜 부시는 현상이 편광성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빛이 방향을 갖는 전자기파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19세기 말 영국 과학자 J.C. 맥스웰의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입증돼 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국 양 서울대 연구처장은 “벡터장 현미경을 이용하면 기존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혀낼 수도 있다”며 “생명공학ㆍ물리학ㆍ화학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응용 분야가 무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팀은 1년 6개월에 걸친 연구 결과 ‘근접장 현미경’에 달린 뾰족한 탐침(探針) 끝에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의 금속 입자를 붙인 벡터장 현미경을 개발해 빛의 전자기파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벡터장 현미경은 렌즈를 물체에 접근시켜 좁은 부분의 빛만 흡수해 관찰하는 근접장 현미경의 기능에 편광판의 성질을 응용했다. 이 현미경을 사용해 빛의 벡터적 성질(세기와 방향)을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재 10% 수준인 벡터장 현미경 제작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은 내년 1월 창간되는 광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창간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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