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6자회담은 9ㆍ19 공동성명 이후 북미대결 심화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돌고 돌아 13개월 만에 다시 개최된 것인만큼 '9ㆍ19 프로세스로의 복원'이라는 의미가 가장 핵심이다.
중국 정부가 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확인하면서 이번 회담을 '2단계 5차 6자회담'이라고 규정한 것도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과 실천을 다시 논의하게 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회담이 9ㆍ19로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갖게 됨으로써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른바 '9ㆍ19 외적 요인'을 해소하는 일이다. 즉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9ㆍ19 이외의 상황들을 일단 해결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북미간 방코델타아시아(BDA) 협상과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 수용 여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회담 첫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거론한 것은 실제적인 전략목표라기보다 일단 최대치를 내지른 다음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의 포석으로 보인다. 회담 둘째날 북한측이 실무적인 협상 분위기로 전환하고 미국과의 BDA 협상에서 금융전문가를 대표로 세워 기술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에서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이번 회담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북미간 따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BDA 실무회의다. 여기서 북미간 접점 찾기가 가능할 경우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폐기의 초기 조치를 논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코 비핵화 조치를 협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 유용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즉 미국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명백한 불법행위와 관련된 계좌에 대해서는 북이 시인하고 책임을 물으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정상적 경제활동과 관련된 합법 계좌는 동결을 해제하는 분리대응 방식으로 북미 상호간 체면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북한의 이른바 '초기 조치'와 관련된 것이다. 이미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된 구체적 행동조치를 요구한 상태이다. 그러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북한이 이를 수용하는 대신 이에 대한 미국측의 호혜조치를 동시 논의함으로써 핵폐기와 대북 상응조치의 로드맵 협상으로 '직방' 진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폐기 조치를 의미하는 뜻으로 미국이 사용한 이른바 '조기 수확(early harvest)'은 사실 적당한 비료와 거름이 제공되지 않는 한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초기 조치를 미국이 수확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에게 줄 비료와 거름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 최근 거론된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국전쟁 종료선언 등은 대북 에너지 지원과 함께 유용한 비료와 거름이 될 수 있다.
이번 6자회담은 회담 재개 자체만으로도 지난 1년여의 대결국면 대신 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지나친 기대와 눈높이를 가지고 성급히 임하기보다는 쟁점의 완전해결이 아니라면 지속적인 협상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으로도 일단은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 쟁점과 관련된 워킹그룹 회의를 가동하겠다는 해법이 제안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담의 결과는 최소목표에 맞추되 회담 이후의 논의는 최대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번 회담이 굳이 실패로 판명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렵게 열린 회담인 만큼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김근식ㆍ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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