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내년 3월부터 전체 직원의 30%에 달하는 비정규직 행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비정규직을 철폐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대신 정규직원의 내년 임금은 올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은행들이 별도 시험을 통해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있으나 시험 없이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대형사업장의 첫번째 대응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비정규직은 현재 3,100여명으로 정규직 1만1,000여명의 28% 수준인데, 이들 대부분이 영업점 창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급여는 일반 창구직, 고객만족(CS)직, 사무직 등 직군별로 차등 결정한 뒤 순차적으로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변호사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 계약직 120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리은행의 노사 합의는 노조가 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양보함으로써 가능했다. 정규직의 임금동결로 생긴 임금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용으로 사용하면 임금 총액은 늘지 않게 된다.
10월 말 은행과 금융노조의 공동 임금협상에선 내년 임금인상률이 정규직 2.9% 내외, 비정규직 7.5% 내외로 결정된 바 있다.
황영기 행장은 “이번 조치로 영업이익을 정규직 숫자로 나눈 1인당 조정영업이익 수치가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이행약정(MOU)상의 목표 수치보다 낮아지겠지만 이는 경영실적이 아니라 산술적인 문제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예보가 이해해 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는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으며 사전협의 대상도 아니다”며 “다만 이번 조치가 MOU와 저촉되는 점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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