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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위 '고공둥지' 내려왔지만 '생명의 둥지' 계양산 지켜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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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위 '고공둥지' 내려왔지만 '생명의 둥지' 계양산 지켜내야죠"

입력
2006.12.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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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이 일단 보류됐지만 시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무에서 내려가지만 계양산을 진정한 시민공원으로 만들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56일간 계양산 ‘소나무위 1인 시위’를 벌였던 환경운동가 신정은(28ㆍ여ㆍ인천녹색연합 간사)씨는 20일 오전 나무에서 내려오자마자 어머니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털모자에 쥐색 점퍼를 입은 신씨는 얼굴은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안경너머 또렷한 눈망울에서는 “계양산을 지켜냈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한달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나무위 생활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인천시가 최근 계양산 골프장 개발 계획을 반려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둥지를 떠납니다. “

하지만 신씨는 롯데그룹이 개발계획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만큼 계양산 보전을 위해 주민들과 힘을 합쳐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씨가 홀로 나무 위에 올라간 때는 10월26일. 롯데건설이 계양산 목상동일대 73만평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 계획을 인천시에 제출하자 “인천의 허파인 계양산을 사수하자”며 소나무 12m 위로 올라갔다.

“해발 395m의 계양산은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도룡뇽, 버들치, 반딧불이 등 희귀 동식물이 존재하는 인천의 명산입니다. 하루 1만여명이 시민이 찾는 소중한 휴식공간이죠. 자연생태계가 골프장 건설에 훼손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씨는 나무위를 시위장소이자 보금자리로 꾸몄다. 합판과 천막으로 만든 1.5평의 파란 텐트에는 간단한 취사도구, 책, 물주머니 등 생활용품으로 가득했다. 한켠에는 요강을 놓아 급한 일을 해결했다. 먹고자기, 명상, 구호외치기, 삼보일배 등 모든 활동이 좁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하지만 11월 중순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팔, 다리가 저려오고 몸 이곳 저곳에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양산 골프장 건설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신씨는 시위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지만 동료와 시민의 격려를 받으며 계속 시위를 강행했다.

시위에 대한 고통과 역경은 신 씨가 쓴 소나무 일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종일 구부정한 자세로 있어서 그런지 몸이 뻣뻣해지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시위 9일째)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요즘은 힘이 점점 빠진다.”(시위 보름째) “꿈을 꾸었다. 천막이 다시 처지는 꿈. 바람과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시위 20일째)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시위가 길어질 것 같다.”(시위 26일째) “숲도 이제는 낙엽도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계절의 변화만큼 무엇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시위 43일째)” “또 다시 뱃속에서 바람이 분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찾아와 내려오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시위 52일째)

신씨의 몸이 점점 굳어가던 이달 중순 “골프장 건설이 반려됐으니 이제 그만 내려 와도 된다”는 신호가 왔다. 마침내 신씨는 나무위 시위를 끝내기로 했다.

”계양산은 인천의 희망입니다. 인천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계양산은 보존돼야 합니다.”

이날 인천녹색연합은 롯데건설의 골프장 완전 철회와 계양산 시민공원 조성을 위해 나무위 2차 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나무에 올라갈 사람은 인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윤인중(48) 목사. “한겨울이지만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나무 위에서 버텨보겠습니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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