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는 각 국의 외교협상전술 시연장이 되고 있다. 회담 참가국들은 버티기, 엄포 놓기, 연계전략, 숟가락 얹기 등 다양한 카드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중이다.
북한 특유의 협상술은 이번에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초반 북한의 ‘핵-금융제재 연계전략’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회담 첫날인 18일 미국의 양자접촉 제의를 거부한 뒤 19일 방코델타아시아(BDA) 실무협의가 시작되고 나서야 미국측과 본격적 대화를 시작했다. 두 사안을 연계시켜 금융제재 해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이다.
초반 회담 주도권 장악을 위한 ‘분위기 제압’(toughness) 전술도 잊지 않았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측 김계관 수석대표는 18일 “미국이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면 우리는 ‘대화와 방패’로 맞설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설로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한은 이밖에도 무리한 제안으로 상대방을 혼란케 하는 ‘거짓흥정’(haggling), 크리스마스 전까지 회담을 끝내려 하는 미국을 다급하게 만드는 ‘시간벌기’(deadline) 전술 등 외교학 교과서에 나오는 협상전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부터 협상가 기질이 다분하다”며 “이익과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일단 ‘무시’(ignorance) 전략이 기본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과정에서 북한의 벼랑 끝 버티기, ‘양보 얻어내기’(salami slicing) 전술에 끌려 다닌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래서 북측의 핵군축회담 주장을 “북한의 협상 패턴일 뿐”이라며 무시하는 등 최대한 신중히 접근중이다.
한국은 앞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북미 협상이 무르익게 만드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본은 북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접촉을 제안, 6자 회담장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얹으려 했지만 북한에게 무시당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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