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3일째로 접어든 6자회담이 ‘탐색전’을 벗어나 ‘실질적 협의단계’에 돌입, ‘회담성과’를 산출하기 위한 핵심 당사국들의 움직임이 긴박해 졌다. 6개국 수석대표들은 이날 밤 21일 오전 폐막할 예정이던 회의를 하루 더 연장키로 합의했다.
우리측 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의견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당사국들이 진지한 협의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협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2일까지 대단한 합의문서가 나온다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며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날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동결감시 등 초기조치에 대해 상응조치로 관계정상화 초기조치와 중유 등 에너지 지원 협의 같은 구상을 정식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은 9ㆍ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금융제재 해제라는 전제 하에서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의 입장도 이날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북측 의사를 대변하는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현단계에서는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계획의 포기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측은 9ㆍ19 공동 성명 이행의 첫 단계로 ‘핵무기 포기’가 아니라 현재의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핵포기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는 등 “조건이 성숙돼야 가능하다”는 입장. 북측은 핵계획의 상응조치로 경수로 제공과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대체 에너지 공급을 상응조치로 요구했다는 것이 이 신문의 요지이다. 초기이행조치로 핵시설 가동 중단과 핵사찰 수용을 주장하는 미국과의 출발점부터 차이가 크다. 우리측 관계자가 “실질적인 협의에 돌입했지만 아직 실질적 진전단계는 아니다”라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BDA 실무회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날 두번째 BDA협의를 가진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생산적 논의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당사국들의 계속되는 의견조율에도 불구, 북핵과 BDA 등 현안에 대한 정치적 주장(Rhetoric)이 아닌 실질적 상호 입장과 인식차를 확인하고 협상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회담 일자와 공동성명의 구체 현안을 다룰 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하는 수준이 유력하다. 힐 차관보가 전날 첫 북미회동 후 “대화를 계속하는 한 우리는 진전과정에 있다”고 말한 것도 실질적 결과를 얻는데 조급해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측이 BDA문제 협의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BDA 협의진전에 따라 북핵 협상도 핵 동결 수준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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