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독교단체가 삭발 및 단식을 선언하는 등 개정사학법에 대한 반발이 극단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일부조항은 재개정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이 문제가 과연 '순교'를 운위할 정도까지의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종교적 권위를 세속적으로 지나치게 확대 활용하려 든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개정사학법 논란의 초점은 개방형 이사제이고, 사학재단들의 핵심 반대명분은 건학이념의 훼손이다. 어느 사학의 건학이념이든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교육보국을 표방하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소수 외부인의 이사진 참여로 훼손될 이념이 애당초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학은 운영비 태반을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도 없다. 극소수 자립형 사학을 제외하면 운영이나 사회적 기능에서 국ㆍ공립과 별 차이없는 사학에 대해 사적 재산권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다. 지원에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는 것은 상식이다.
학교 운영권 박탈 주장도 과장됐다.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한 개정사학법은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상징적 견제ㆍ감시 기능을 보완한데 불과하다.
개방형 이사제로 학교가 좌파에 의해 농단될 것처럼 말하는 것도 추천된 인사의 선택권을 재단이 보유하고, 전교조 등 급진적 단체에 대한 염증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우려할 건 아니다.
일부 비리사학을 빌미로 대다수 건전사학을 매도한다는 주장도 군색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라면 형식논리상 모든 규제ㆍ관리법은 해당 집단, 나아가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악법이 된다.
개정사학법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선을 위한 논의는 언제나 필요하되 다만 배수진을 치듯 하는 행태가 볼썽사나운 것이다. 더구나 걸핏하면 학교폐쇄를 입에 담는 것은 용납키 어렵다. 교육자, 특히 도덕적 권위를 자부하는 종교 지도자들이라면 제발 언행을 가려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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