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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리콴유가 말하는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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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리콴유가 말하는 테러와의 전쟁

입력
2006.12.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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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내년 신년호(1, 2월호)에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을 기고했다. 블레어 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을 ‘가치를 위한 전쟁’이라고 규정해 서방이 대 테러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명분을 찾았다. 리 전 싱가포르 총리는 ‘포용의 부재’를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실패 원인으로 지적했다. 다음은 두 글의 요약.

"진보를 위해 불가피한 싸움"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적 차원이 아닌 ‘가치(value)’에 대한 싸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9ㆍ11을 테러의 시작으로 생각하지만, 이슬람권에서의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이들의 전선은 무슬림 대 무슬림이 아니라 무슬림 대 서방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가 9ㆍ11 테러이다.

분쟁의 본질은 ‘문명 간’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에 대한’ 충돌이다. 이것은 진보와 반동 사이, 근대화와 이를 거부하는 테러리스트 사이의 해묵은 충돌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세력의 목적은 미국의 지배로부터 이들 국가를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 국가를 민주국가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양민을 학살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극단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없애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포염을 뚫고 투표에 참가했다. 그들은 민주 정부를 바라고 있다.

이 싸움은 가치와 진보를 위한 것이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가치를 안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지켜야 한다. 글로벌 협력이 구축돼야 한다. 군사적 방법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우리의 가치가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 우리는 지금 왜 승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가치를 위한 싸움에서 충분히 대담하고, 일관되며, 철저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단주의자들 뒤에는 우리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동기나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우리의 가치를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같은 유럽인들 중에 반미 정서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나도 항상 미국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가치를 위해서는 세계는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추진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가난과 기근, 질병, 분쟁 등과도 싸워야 한다.

"美 실패는 포용의 부재 탓"

냉전 때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은 ‘포괄성’이었다.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면 모든 나라와 손을 잡았다. 그 나라의 정부형태가 무엇인지는 문제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소련에 대항해 군사적으로 확고한 방어 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소련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접근은 결국 소련을 내파(implosion)시켰다. 냉전이 끝나자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한 테러단체들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 붕괴를 시도한 데 이어 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에 대규모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그리고 2001년 9ㆍ11 테러가 자행됐다.

그 대응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냉전 때만큼 포괄적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조차 미국과 거리를 두었다. 더욱이 미국은 이라크의 복잡한 ‘단층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쿠르드족, 수니ㆍ시아파로 갈라진 아랍족, 여러 정파와 종파가 얽혀있는 정치ㆍ종교적 의미를 간과했다.

단층선을 흐르는 이런 긴장은 4세기에 걸친 오토만 제국 통치 시절과 1920년 오토만 제국으로부터 지배권을 넘겨받은 영국 점령 기간 동안에는 억제될 수 있었다. 수세기만에 처음으로 이라크의 통치구조가 무너진 지금 권력은 시아파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수니파 지배가 사라졌다는 것은 시아파가 서쪽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시아파가 주도하는 아랍국가의 출현을 허용함으로써 이 지역의 다른 수니파 국가에 살고 있는 1억5,000만 시아파의 정치적 야망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럼으로써 아랍_이스라엘 분쟁을 통제할 수 있었다. 이제 수니파 블록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이란을 제지할 능력을 더 이상 갖지 못한다. 이라크에서 내전이 확산된다면 그 충격은 중동 전체를 뒤흔들어 이집트 이란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 시리아 터키 등까지 휘말려 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리=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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