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개막 사흘째인 20일 회담장인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안팎에선 “오늘이 고비가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오후엔 참가국들이 회담기간 연장을 결정하면서 회담 성과 도출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감지됐다.
이날 오전 댜오위타이에서 북한과 미국은 이틀째 양자접촉을 시작했다. 미측이 제시한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 수용 정도가 논의 주제였다. 전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핵 동결 등을 설명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주로 듣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도 유사한 방식으로 접촉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힐 차관보가 논의를 핵심으로 이끌 때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 동결계좌 해결 필요성,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을 언급하면서 시원스럽게 속내를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접촉에 이어 열린 남북 접촉에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부상에게 미측 제안 수용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전날 서울에서 밝힌 ‘북한과 미국의 간극을 채울 2%’의 일단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6자회담의 양대 축인 BDA 논의도 계속됐다. 북미 양자접촉이 진행되던 오전 10시께(현지시간) BDA 미측 실무진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들어오는 게 목격됐다. 전날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회의를 진행했던 북미 금융 실무진들이 이날은 장소를 바꾼 것이다. “상대방이 있는 회담인 만큼 상호주의에 입각해 회담 장소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우리측 당국자는 설명했다.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점심 식사도 함께 하면서 5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BDA 실무회의의 진행상황이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기 때문에 한국 대표단조차 내용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일찍 양자접촉을 마무리한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은 오후 3시15분 댜오위타이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뒤 이틀간의 양자접촉을 정리하는 수석대표 회의를 진행했다. 각국은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된 만큼 일단 회담기간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는 “처음 기조연설 때와 달리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장 결정은 회담 모멘텀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장국 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일에도 북일 양자접촉은 이뤄지지 않아 이번 회담에 최대 인원이 파견된 일본 취재진들 사이에선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이 소외 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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