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충남 천안소년교도소에서는 유기견 5마리가 새 주인을 맞이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주인이 된 10대 재소자 5명은 자신을 따르게 될 개들을 보자 보듬고 쓰다듬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들은 3개월 동안 동물구조관리협회가 내준 유기견과 생활하면서 복종훈련 특기훈련 예절교육을 시킨 뒤 내년 3월 사회복지시설과 일반 애견가정에 무상으로 훈련된 개를 분양한다.
이를 위해 교도소 내에는 재소자들이 심리치료에 활용될 개를 키우는 치료도우미견센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준공됐다. 36평 규모의 치료도우미견센터에는 개들이 지내게 될 견사와 방사장, 휴게실, 탈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교도소가 소년 재소자들을 개들과 연결한 이유는 교정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소자가 유기견을 직접 기르고 훈련시키면 심성을 교정하고 출소 후 자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발된 재소자들은 모두 2년 이상 형기가 남은 소년들로 출소 때까지 3개월마다 새로운 개들을 기르게 된다.
교도소 동물구조관리협회와 사업을 추진하는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20년 전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출소 후 재범률이 크게 떨어지고 유관 직종에 취업하는 재소자가 급증하는 등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1993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금까지 100여마리의 개들을 분양한 미국 맥클라렌 소년교도소의 경우 출소 후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교도소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수형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인 만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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