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내년을 '전 국민 책 읽는 해'로 정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1인당 연간 독서량이 7권인데 한국인은 3.1권이라니 그런 운동을 할 만도 하겠다.
한자 문화권에서 책은 원래 대나무를 쪼갠 막대기에 글씨를 쓴 다음 위쪽에 구멍을 뚫어 가죽끈으로 연결한 죽간을 의미한다. 冊자에는 죽간을 그린 상형문자의 모습이 그런대로 남아 있다.
이보다 수천 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으로 책을 만들었다. 지천으로 널린 개흙을 두부 모양으로 만들어 첨필(尖筆)로 글씨를 쓴 다음 말린다. 중요한 기록은 가마에 넣고 구워 벽돌로 만들기도 했다.
■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 도 점토판 7개에 기록한 것이다. 앗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은 기원전 7세기에 니네베에 도서관을 짓고 신화 종교 문학 의학 역사 분야를 망라한 점토판 책을 2만2,000개나 모았다. 길가메시>
그러다 BC 3000년경 이집트에서 최초의 종이 혁명이 일어났다. 나일강변에 자라는 갈대 비슷한 파피루스를 짓이겨 종이로 만든 것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5,0000년도 더 된 점토판들은 지금도 대영박물관에 남아 역사시대 초기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는 반면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적은 훨씬 후대의 무수한 기록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점이다.
■ 파피루스가 금세 삭아 부스러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파피루스처럼 책의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TV에 밀리고 영화에 치이고 인터넷에 몰려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유명한 출판 전문가 앤드루 그라부아가 <포린 폴리시> 5ㆍ6월호에 쓴 글을 보면 사실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1995년에 새로 낸 책은 10만여 종이었지만 2004년에는 18만 종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의 출판산업 매출은 2004년 약 300억 달러로 음악과 영화 부문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포린>
■ 이렇게 보면 책은 당분간 인류와 함께 갈 것 같다. 점토판에서 파피루스로, 죽간으로, 양피지로, 종이로, 전자책으로 형태는 변했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한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한 충고를 젊은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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