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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책

입력
2006.12.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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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내년을 '전 국민 책 읽는 해'로 정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1인당 연간 독서량이 7권인데 한국인은 3.1권이라니 그런 운동을 할 만도 하겠다.

한자 문화권에서 책은 원래 대나무를 쪼갠 막대기에 글씨를 쓴 다음 위쪽에 구멍을 뚫어 가죽끈으로 연결한 죽간을 의미한다. 冊자에는 죽간을 그린 상형문자의 모습이 그런대로 남아 있다.

이보다 수천 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으로 책을 만들었다. 지천으로 널린 개흙을 두부 모양으로 만들어 첨필(尖筆)로 글씨를 쓴 다음 말린다. 중요한 기록은 가마에 넣고 구워 벽돌로 만들기도 했다.

■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 도 점토판 7개에 기록한 것이다. 앗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은 기원전 7세기에 니네베에 도서관을 짓고 신화 종교 문학 의학 역사 분야를 망라한 점토판 책을 2만2,000개나 모았다.

그러다 BC 3000년경 이집트에서 최초의 종이 혁명이 일어났다. 나일강변에 자라는 갈대 비슷한 파피루스를 짓이겨 종이로 만든 것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5,0000년도 더 된 점토판들은 지금도 대영박물관에 남아 역사시대 초기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는 반면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적은 훨씬 후대의 무수한 기록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점이다.

■ 파피루스가 금세 삭아 부스러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파피루스처럼 책의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TV에 밀리고 영화에 치이고 인터넷에 몰려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유명한 출판 전문가 앤드루 그라부아가 <포린 폴리시> 5ㆍ6월호에 쓴 글을 보면 사실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1995년에 새로 낸 책은 10만여 종이었지만 2004년에는 18만 종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의 출판산업 매출은 2004년 약 300억 달러로 음악과 영화 부문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 이렇게 보면 책은 당분간 인류와 함께 갈 것 같다. 점토판에서 파피루스로, 죽간으로, 양피지로, 종이로, 전자책으로 형태는 변했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한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한 충고를 젊은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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