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차공업협회가 최근 펴낸 '2007년 자동차 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한국차의 미국 수출물량은 62만4,8,000여대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시장점유율 조사 기관인 워드 오토인포뱅크는 한국차 판매가 2.6%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두 기관의 수치가 다른 것은 GM대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는 GM대우 물량도 수출로 잡았지만, 워드 오토인포뱅크는 미국에서 GM 시보레나 스즈키 브랜드로 판매되는 GM대우 생산물량은 한국차에서 제외했다.
#2. 국내 중견 반도체 기업인 인티그런트가 최근 미국 아나로그 디바이스(ADI)사에 1억6,000만달러에 매각됐다. 이 회사는 휴대폰 DMB수신기에 들어가는 저잡음 신호 수신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IT업계에서는 "국가적으로 힘들게 개발한 DMB 반도체의 주요 기술을 외국 기업에 고스란히 넘겨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와 IT 등 한국 주력산업에서 외국계 '메이드 인 코리아'가 토종 '메이드 인 코리아'를 밀어내는 '구축(驅逐)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영권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업체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해외에서 기존 한국업체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 해외매각의 부메랑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자동차 산업.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가 각각 GM과 르노에 넘어가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GM과 르노차가 해외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와 일대 접전을 벌이고 있다.
GM은 2008년께 완공 예정인 인도 마하슈트라 공장에서 GM대우 마티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GM은 한국의 GM대우가 생산하는 경차인 마티즈를 부품형태로 들여와 '시보레 스파크'란 이름으로 연간 14만대를 판매할 계획인데, 이 경우 이미 인도시장에 진출한 현대차 아토즈(현지명 상토즈)와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
이에 앞서 상하이GM은 한국의 GM대우가 만든 라세티를 수입해 '뷰익 엑셀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이 '뷰익 엑셀르'는 현지에서 현대 아반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는 8만6,000여대가 팔려 아반떼(8만5,000여대)를 3위로 밀어내기도 했다.
현대차는 러시아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을 앞세운 일본 닛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올들어 11월까지 현대차 베르나(수출명 액센트)의 러시아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3만4,000여대인데, 올해 러시아 시장이 30%이상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후퇴한 셈이다.
반면 닛산은 올해 2월부터 한국의 계열사인 르노삼성에서 SM3를 수입해 '알메라'로 판매하면서 월평균 판매대수가 2,000여대에서 3,000여대로 급증했다.
정보기술(IT) 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샨다에 경영권이 넘어간 액토즈소프트의 경우 일본과 대만시장에서 한국업체와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외국계 기업이 된 인티그런트도 해외에서 확대되고 있는 DMB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와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 토종 IT업체 관계자는 "구조조정차원에서 국내기업을 해외 매각했지만 결국 외국기업이 우리 결실만 따가는 형국"이라며 "중요 산업만큼은 해외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가 누구든 국내기술과 인력으로 만든 제품이라면 결국은 한국제품"이라며 "토종기업과 외국계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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