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종로구 낙원동 한 빌딩의 지하1층 ‘바다이야기’비밀 오락실을 덮쳤다. 사전 탐문 결과,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문을 따고 들어가자 바다이야기 60대가 설치된 오락실은 텅 비어 있었다. 한 시간 수색 끝에 대형 냉장고를 들어내고서야 비밀통로가 드러났고, 숨어 있던 종업원과 고객들이 잡혔다. 경찰은 ‘빈 라덴의 은신처’라고 혀를 내둘렀다.
함께 꼬리를 밟힌 종로3가 오락실은 ‘비밀 성채’에 가까웠다. 업소 바깥을 검게 칠한 뒤 영화 포스터 등을 붙여 문이 없는 벽인 것처럼 꾸몄고, 비밀 통로와 연결되는 옥탑방에는 업소 안팎을 살피는 모니터 상황실을 설치했다. 무전기를 든 보초가 망을 봤다. 암호는‘바나나’(손님) ‘비상’(경찰) 등이었다.
경찰은 19일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종로3가 오락실 업주 오모(55)씨를 구속하고, 낙원동 오락실 주인 백모(37)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씨는 11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백씨는 3~18일 각각 7억원, 6억원을 벌어들였다.
사행성 오락실이 음지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무엇보다 한때 대당 700만원을 넘나들던 게임기 값이 30만~50만원대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한 단기 비밀영업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게임기가 결국 합법 판결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사두면 ‘대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게임기 투자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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