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대학생 기타연주자 임정현씨는 방송에서 들은 록버전 캐논변주곡에 빠져 3주간 맹연습을 한 끝에 지난해 11월 연주 장면을 인터넷에 올렸다. 누군가 이 동영상을 ‘유튜브(youtube)’ 사이트로 퍼나르자 1,000만 건 이상 접속했고, 뉴욕타임스는 그를 ‘웹 기타의 천재’라고 소개했다.
79세의 평범한 노인인 영국인 피터씨는 유튜브에 회고담을 올렸다가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3만명 회원의 동영상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노익장 스타가 됐다. 시카고 집 뒷마당에서 찍은 엉성한 뮤직비디오로 일약 세계적 록밴드가 된 ‘OK GO’사례도 마찬가지다.
▦ 평범한 이들을 하루 아침에 지구촌 스타로 만든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자신도 올해의 스타다. 불과 1년 전 시작했지만 하루 1,000 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6만5,000건의 동영상이 새로 올라오는 세계의 동영상 허브로 자리잡았다. 모든 형태의 동영상이 다 있지만 특히 기발하고 다채로운 UCC(이용자제작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20대 젊은이 3명이 벤처자금 350만 달러를 받아 시작한 이 사이트는 지난 10월 인터넷검색회사인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에 팔렸다.
▦ 유튜브의 사례는 인터넷 성공신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전세계인들이 모여 자기를 표현하고, 주장을 알리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거대한 광장이 웹상에 만들어진 것이다.
누구나 언론인으로서 생생한 뉴스를 전달할 수 있고, 자신의 손으로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심지어 얼마 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유튜브를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의 사람으로 ‘유(You)를 선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 유튜브가 직면한 도전 가운데 하나는 저작권 문제다. 저작권 주장이 제기되면 즉각 그 동영상을 내리지만 시비 여지는 많다. 미국의 NBC 방송이 자사 콘텐츠를 올렸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려 했으나 결국 유튜브의 영향력을 인정해 도리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CBS 방송과 유니버셜뮤직, 소니MMG 등도 자진해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추세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도 미국 못지않게 급성장하는 U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넷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앞선다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한국판 유튜브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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