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있다. 일본 정계는 벌써부터 선거 태세로 돌입한 상황이다.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 민주당은 참의원 선거의 필승을 다짐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52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전후 최연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고, 강권정치로 적이 많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민주당 대표로 재선된 것은 참의원 선거를 위한 양당의 어쩔 수 없는 카드였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一郞) 전 총리에 뒤지지 않는 인기 정치인이고, 오자와 대표는 ‘선거의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거에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 국회다. 형식은 미국의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은 총리지명권과 예산의결권이 없어 여러 면에서 중의원에 뒤지는 입법기관이다. 그러나 집권 정당의 정권운영에는 막대한 현실적 영향을 미친다. 여당이 참의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법안마다 참의원에서 부결된다면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은 참의원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 구 자유당,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꾸려야 했다. 최근 작고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는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해산제도가 없는 참의원 의원은 임기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된다. 임기 4년으로, 언제든지 해산이 가능한 중의원과 다른 점이다. 현재 참의원 의원은 모두 240명으로, 이중 121명(자민 65, 공명 13, 민주 31명 등)이 내년 선거에서 교체된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111명과 24명, 민주당이 82명 등으로 의석 배분이 돼 있다. 산술적으로 내년 선거에서 여당이 지금보다 15석을 잃는다면 과반수가 무너지게 된다. 결국 내년 선거는 15석을 놓고 싸우는 숨막히는 전쟁이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여당 의원들은 2001년 선풍을 일으켰던 고이즈미의 후광을 업고 당선된 사람들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대합병으로 5만6,000명이던 지방의원이 3만9,000명으로 감소해 지역기반과 조직이 약해지는 등 자민당에 매우 불리한 선거라는 것이다. 호시 히로시(星浩) 아사히(朝日)신문 정치 담당 편집위원은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가능성은 90%, 과반수 미만으로 질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표 취임 이후 부지런히 지역구를 돌며 ‘필승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는 민주당 오자와 대표는 “승부의 열쇠는 1인구인 29개 선거구에 있다”며 “이중 20개구에서 선전해 15개 이상의 의석을 쟁취한다면 여당의 과반수를 깰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민당이 최근 고이즈미 정권 때 당을 떠났던 무소속 의원 11명을 불러들이는 등 ‘개혁 저항세력’의 복당을 추진한 것은 이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대항마로 표적 공천한 ‘자객’들을 물리쳤을 정도 지역기반과 득표력이 탄탄한 정치인들이다.
아베와 오자와의 한판 승부로 펼쳐지는 내년 참의원 선거는 아베 정권의 수명을 결정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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